'거수기' 이사회 실효성 의문..."총수영향력 차단 필요"

입력 2018-04-23 17:13  

    <앵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물병갑질' 후폭풍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관세청이 추가로 대한항공 본사와 조현민 전무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경영쇄신책으로 발표된 이사회 중심 경영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김태학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발표한 사과문에는 경영쇄신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딸인 조현아 사장과 조현민 전무의 퇴진과 전문경영인제 도입,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이 실제로 달라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우선 그룹 총수인 조양호 회장과 장남 조원태 사장이 여전히 대표이사로 등재된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이 소신껏 경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부회장직에 보임된 석태수 한진칼 사장이 조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는 점과 별도의 경영능력 평가 없이 낙점으로 인사가 이뤄진 것도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안에도 단순 눈속임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개최된 열 두 차례의 이사회에서 의안에 대한 반대 표결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오너일가의 '거수기' 역할을 해왔던 사외이사들에게 제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전문경영인의 권한을 보다 철저하게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윤석헌 / 서울대 교수

    "독립적인 이사회를 꾸리고, 자기네(오너일가의) 뜻대로 할 수 있는 사람 보다는 객과적으로 회사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뽑는 제도 내지는 내규 이런 것들을 얼마나 잘 정비를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사법당국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관세청이 대한항공 본사와 조현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경찰은 조 전무의 모친인 이명희씨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눈 가리고 아웅'식의 경영쇄신책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태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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