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끝났다…원달러환율 1,000원 깨지나-[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8-04-30 09:59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2018남북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이 끝났다. 대내외 평가를 보면 한국 내에서는 ‘대성공’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반면 대외적으로는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증시와 마찬가지로 외환시장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돼 과연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전후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정확한 시장 평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외환시장 반응이 차분한 것은 갑작스럽게 북한이 남한,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제안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계속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UN과 미국은 강도 있는 대북한 경제제재 조치를 취해왔다.
북한 경제 사정은 어려워졌다. 특히 김정은을 비롯한 권력층 유지에 필요한 외화 가득원이 취약해 졌다. 작년의 경우 수출은 직전연도대비 36.8% 감소한 가운데 전체 수출의 85%를 웃도는 대중국 수출은 50% 넘게 급감했다. 경제개발에 필요한 재원인 북한에 대한 투자도 작년 하반기부터 사실상 봉쇄됐다.

김정은 취임 이후 ‘국가 핵 무력 완성’과 ‘경제 발전’이라는 이원적 전략(Two Track) 전략을 추구했던 북한으로서는 전자를 토대로 협상력을 높여 생존과 발전을 위한 제재완화의 필요성이 더 증대됐다.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성취”를 강조했던 것도 월가에서는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미국도 대외정책에 있어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추구했던 ‘전략적 인내’는 미국 국민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정책에 있어 종전의 ‘고립과 무시’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개입과 해결’ 노선을 추구했다. 시기적으로는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이후 더 뚜렷해졌다.
미국 국민의 의식도 고조됐다. 2016년 2월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16%만이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북한을 꼽았으나 지난 2월에는 51%로 높아졌다. 오는 11월 중간선거 승리와 3년 후 재선을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정치 외교적인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 상황이다.
핵심 의제는 ‘비핵화’ 논의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은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 달성, 북한의 경우 김정은 체제 보장과 함께 경제 발전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 제재 완화가 최대 목표다. 남북과 북미 회담을 통해 미국과 북한, 그리고 남한은 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 타협점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의 경우에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1차 회담이 있었던 2000년대 초에는 IT 버블 붕괴와 같은 변수가 있었긴 했지만 초기에 나타났던 심리적 효과는 지속되지 못했다. 2차 회담이 열렸던 2007년에도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안하자 주가와 원화 가치는 소폭 상승했으나 그 후 홍수 피해로 회담 연기를 요청하자 급락세로 돌아섰다.

금융위기 이후 3대 평가사가 특정국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왔다. 금융위기 이전보다 지정학적 위험 비중을 낮추는 대신 거시경제 위험, 산업 위험, 재무 위험 비중을 높였다. 지정학적 위험이 경제기초여건(fundamentals)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지 않는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산출하는 세계 지정학적 위험지수(GPR·Geopolitical Risk Index)도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된 이후 큰 변화가 없다. GPR 지수는 1900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주요 언론에 △전쟁 △테러 △정치적 갈등 등이 언급된 비중을 종합해 2000∼2009년을 기준으로 세계 지정학적 위험이 심화 혹은 완화됐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다.
남북 정상회담 자체만으로 외환시장에 기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오히려 협상 기대로부터 비롯된 원·달러 환율의 하락과 되돌림 현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행 계획이 마련되고 북한의 이행성과가 확인돼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축소되고 국내 금융시장에 외국인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정상회담 직전까지 우려해 왔던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이 깨질 것인가’ 하는 의문점은 풀린다. 미국 재무부의 올해 상반기 환율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한·미 간 플라자 협정과 환율조작국 지정, 그리고 우리 외환당국의 개입 여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 자체만으로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은 ‘머큐리(Mercury)’로 표현되는 펀더멘털 요인과 ‘마스(Mars)’로 지칭되는 중심국, 즉 미국의 정책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머큐리 요인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가 내놓은 올해 성장률을 보면 미국은 작년 10월 전망대비 0.4% 포인트(p) 상향 조정된 반면 한국은 3.0%에서 정체돼 있다. 10년 7개월 만에 역전된 한·미 간 정책금리도 현재 0.25%p 격차가 0.5∼0.7%p로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머큐리 요인과 괴리가 우려될 정도로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렸던 트럼프 정부의 달러 약세정책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축소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직전연도대비 10% 이상 늘어났다. 올들어 2월까지 1143억 달러를 기록해 이 중 중국과의 무역적자는 650억 달러에 달했다.

달러 약세 정책이 무역적자 축소에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미국 수출입 구조가 `마샬-러너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국제무역이론에서 고전적인 내용으로 다뤄지고 있는 이 조건은 외화표시 수출수요 가격탄력성과 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 가격탄력성을 합한 값이 ’1‘을 넘어야 평가절하가 무역수지를 개선시킬 수 있음을 뜻한다.
문제는 미국의 수출입 구조가 마샬-러너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수출상품은 비가격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수출가격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다. 반면 미국의 수입상품은 소득불균형이 심한 상황에서 ‘있는 계층’은 수입품 가격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안 받고, ‘하위 계층’의 수입품은 대체할 미국 제품이 적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난 1월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보다 강세를 선호한다고 언급해 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 발표 직전까지 떨어지는 원·달러 환율에 편승해 제시됐던 900원 예상은 전형적인 ‘인포데믹’이다. 인포데믹이란 ‘Information(정보)’와 ‘Epidemic(전염병)’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로 어려운 경제를 더 어렵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글.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a href="mailto:schan@hankyung.com">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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