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준 기자의 알투바이오] 삼성바이오로직스 VS 금융당국 관전 포인트 3가지

양재준 선임기자

입력 2018-05-03 07:18  

<<알투바이오는 `알고 투자하자 바이오`의 줄임말입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처리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번 회계 처리 문제는 상장 전부터 불거진 문제인데, 처리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게 사실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입장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을 심층 점검해 봤습니다.

▲ 회계 처리 변경 권고, 누가 먼저?... 고의성 여부 `변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변경은 2015년말 감사보고서에서 불거졌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4년말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법 평가에 대해 종속기업으로 처리해 왔습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말 갑자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기업(투자기업)으로 바꿉니다.
이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익계산서는 전년말(2014년말) 996억원의 적자에서 2015년말 1조 9,049억원의 흑자로 둔갑하게 됩니다.
대차대조표상 자본총계도 6,307억원에서 2015년말 2조 7,748억원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과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 증가에 따라 관련 회계 기준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회사측은 "자회사 회계처리건은 2015년말 결산 실적 반영에서 국제회계기준(IFRS) 기업회계기준서 제1110호(연결재무제표) B23(3)에 의거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 회계처리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감독원에 의뢰해 확인해 본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장하는 근거의 규정들(기업회계기준기준서 규정)은 2015년 5월 8일 개정됐습니다.
문제는 이 규정을 누가 (회계 처리 변경에) 적용하자고 먼저 제시했느냐인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회계법인에서 먼저 제안을 했다"고 "회계법인과 협의해 회계기준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순이익은 물론 자본총계 규모가 2조원 가량이 격차를 보일 수 있는 문제인데, 이를 회계법인이 먼저 회사측에 권고했다는 얘기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감사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삼정회계법인이, 2016년부터는 감사인으로 지정된 안진회계법인이 담당했습니다.
회계법인의 권고 여부가 금융당국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만약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대로 회계법인이 먼저 제시했을 경우 `고의성`은 어느 정도 잠잠해 질 수 있지만, 회사측이 먼저 제안했을 경우 고의성 문제가 표면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복제약 개발과 회계 처리 변경 상관관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 처리 변경과 관련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과 가시화를 들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신약후보물질, 일명 파이프라인은 현재 10개(SB1~SB10)입니다.
회사측이 주장하는 근거는 10개 가운데 2개가 2015년 국내 식약처(KFDA)에서 허가를 받았기에 이를 토대로 바이오젠의 옵션 가능성읖 높게 봤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는 대목입니다.

바이오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시판 허가(승인)가 갑자기 자회사의 가치를 바꿀만한 근거가 되기에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해마다 복제약(화학합성물 기준)은 수십 종에서 수백 종이 쏟아집니다.

그 때마다 회계 기준을 바꾼 제약사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한양행과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종근당, JW중외제약 등등 상위 제약사들이 복제약 출시할 때마다 회계 처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치 산정을 달리하지는 않습니다.


▲ 바이오젠 옵션 행사 선반영?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주인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회계법인의 의견을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젠이 지분을 `50%-1주`까지 늘린다면 공동 경영 형태가 되기 때문에 경영 전반을 지배하는 `종속회사`가 아닌 지배할 수 없는 `관계회사`가 된다는 것입니다.
회사측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이사회 규정상 양측이 같은 수(동수)로 이사회를 구성하게 되며, 이로 인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회계 기준을 변경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콜옵션의 행사 기간은 2018년 6월인데, 3년 6개월 앞선 시점인 2015년 말 선반영할 요인이 있었는지에 대한 부분도 쟁점거리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직전 해인 2015년 회계년도에 반영했을까요?
이에 대해 회사측은 "2015년 하반기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레터(letter)를 송부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나스닥 상장 추진 얘기가 바이오업계와 증권가에서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를 반영해 바이오젠의 옵션 행사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판단이 근거였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설명입니다.
▲ 2016년 감사보고서부터 등장한 콜옵션 내용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감사보고서(이전 감사보고서 포함)에서는 콜옵션 행사에 대한 얘기가 일절 없었습니다.
다만, "당사(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기 중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여, 해당 기업 및 동기업의 종속회사를 연결대상 종속기업에서 제외하고, 동 주식의 공정가치 금액을 관계기업투자주식으로 분류하였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지분의 이동도 없었는데,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단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2016년 감사보고서에서는 회계 처리 논란이 지속되자 바이오젠의 콜옵션 내용이 본격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2016년 감사보고서 주석에서는 "Biogen Idec Therapeutics Inc. 은 당사와의 주주간 약정에 따라 종속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49.9%까지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고 명기했습니다.
회계 처리 변경을 하던 2015년말 감사보고서에서는 일체 언급이 없다가 논란이 일자 2016년 감사보고서에 바이오젠 문구를 삽입한 것도 회사측이 설명해야 하는 대목입니다.
향후 추가적인 회계 변경과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6월말까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반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다시 종속기업으로 환원될 수 도 있다고 시사했습니다.

▲ 금융당국 VS 삼성바이오로직스 `치열한 공방 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당국의 결정은 감리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원회의 결정 순으로 진행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에 있을 감리위원회 심의, 증권선물위원회 의결 등 모든 절차에 충실하게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후폭풍은 거셀 전망입니다.
금융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대한 고의성이 인정되면 위반 금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추징할 수 있습니다.
회계처리 위반 금액이 자본의 2.5를 넘어가면 상장심사 대상에 들어가 거래가 정지될 수 있습니다.
물론 회계 처리 변경의 고의성이 나타날 경우 회사는 물론 경영진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찰 고발도 가능한 대목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또한 땅에 떨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문제는 금융당국에도 있습니다.
지난해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당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는 반기보고서 감사나 공인회계사회 감리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결론을 낸 바 있습니다.
상장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고무줄 잣대 또한 비판을 받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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