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국회에 사직서를 낸 지 54일만에 사의를 접고 의정활동에 헌신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민 의원은 4일 입장문을 내고 "당과 유권자의 뜻에 따라 사직을 철회한다"며 "두달치 세비는 전액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지역구민 6천539분이 뜻을 모아 사퇴 철회를 요구했다"며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심판하거나 그만두게 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넘어지거나 무너졌을 때 다시 일으켜 세우는 책임도 유권자들에게 있다`는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민 의원 측 관계자는 "지역구민들이 만류하고 당에서도 어려움을 무릅쓰고 사의 철회 요구하는 최고위 의결까지 한 만큼 뜻에 따르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민 의원은 3월 10일 한 여성 사업가가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년 전 자신으로부터 노래주점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자 곧바로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도 일단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하고 그달 12일 국회에 사직서를 냈다.
그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도 중도 포기했다.
그러나 민주당 동료 의원들은 민 의원에게 사퇴를 철회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3월 11일 페이스북 글에서 "민 의원을 만나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 우선적 일이지 의원직 사퇴부터 해야 할 일은 아니다.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지역구민을 비롯한 민 의원 주변 사람들도 의원직 사퇴를 만류했다.
민 의원의 경기고 동문, 성균관대 동문, 중림동 성당 교우, 강원도민회 등은 3월 13일 우 원내대표에게 `민 의원 사퇴 철회 촉구 서명`을 전달했다.
민 의원 지역구인 동대문구 주민들도 전날 6천여 명으로부터 같은 취지의 서명을 받아 우 원내대표에게 전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 의원에게 사퇴 철회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김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수많은 지역구 유권자들이 탄원서를 통해 사퇴 철회를 촉구한 점을 고려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보다는 조속히 국회로 복귀해 의원직에 충실히 복무해 책임을 다해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즉각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쇼였다"며 "백장미 쇼에 이어 국회의원 사퇴쇼까지 민주당은 진정한 쇼당"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을 기만한 민병두 의원의 국회의원직 사퇴번복은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미 온갖 성폭력 문제로 `더듬어민주당`임을 증명해보인 정부여당은 이번 사퇴 철회에 부끄러움이 없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기억을 더듬어보라"고 비난했다.
또 "민주당은 여성인권과 성범죄에 대해서 말 한마디 꺼낼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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