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붕괴는 원인규명中…정치권은 쟁점화中

이근형 기자

입력 2018-06-05 10:03  


박원순 "시·구, 특별 안전관리 했어야"
김문수·안철수 "도시재생 정책의 한계"
김종민·김진숙 "안전진단 없는 재개발·재건축이 문제"

지난 3일 서울 용산구에서 발생한 4층 상가건물 붕괴사고를 놓고 이번 613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각 후보들이 내놓는 진단은 극명하게 갈립니다.
먼저 박원순 서울시장은 재개발·재건축이 지연된 노후 주택가에 대해서는 시청이나 구청이 나서서 특별관리를 했어야 했다며 안전관리 문제를 지목했습니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는 낙후지역에 대한 서울시의 도시재생 정책의 한계라며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정의당 김종민 후보와 민중당 김진숙 후보는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는 곳에 안전진단과 이주대책 없이 사업을 추진한 것이 문제라며 재개발로의 회귀를 강조하는 김문수·안철수 후보의 주장을 경계했습니다.

합동감식 "명확한 붕괴원인 아직 못찾아"
후보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잇따른 평가들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 용산 붕괴사고는 아직 명확한 원인규명도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국립과학수사 연구원과 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지방경찰청 등은 현재 건물 붕괴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지만 붕괴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오는 7일 2차 감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고에 영향을 준 사실이 명백해진 사항도 있는데, 관계당국은 해당 건물이 52년 된 노후 건물이었다는 점과 바로 인근에 지어지고 있는 용산 4구역 재개발 사업의 일환인 `용산센트럴파크 헤링턴스퀘어` 공사가 원인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헤링턴스퀘어는 이미 지하 3층까지 굴착이 완료된 상태로 지반약화와 발파공사에 따른 진동 등이 노후건물에 부담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울러 건물이 붕괴되기 한 달 전부터 외벽이 배불뚝이처럼 불룩해지는 등 징후가 있었고 인근 주민들이 관할 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는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안전관리에 구멍이 있었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무너진 건물은 규모가 작아 정부의 안전 대진단 점검 대상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서울시도 이같은 점을 감안해 서울 내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도 10년째 방치되고 있는 182개소에 대한 우선점검에 착수했습니다. 서울시는 182개 지역의 모든 건물을 일일이 정밀검사하기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먼저 육안으로 점검하고 문제가 식별된 건물에 대해 정밀점검을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통해 노후 위험도가 심각한 건물의 경우 신속히 철거해 사고에 대비할 계획입니다. 또 이밖에도 정비사업 시행자에게 노후 건물에 대한 안전관리 비용을 융자하는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안전점검만으론 한계…법제도 정비 시급"
문제는 오래된 정비사업지역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서울시의 설명처럼 서울 시내 모든 노후건물을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수시로 점검하며 확인하는 데에는 막대한 인력과 예산이 들어가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건물이라는 개인 사유재산을 정부가 임의로 철거하거나 개보수를 요구하는 행위, 건물의 안전관리를 위해 특정 건물주에게 예산을 지원하는 행위 등은 관련 법제도가 미비한데다 사회적 합의 조차 이뤄지지 않아 섣불리 접근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상가 붕괴시에도 60여대에 달하는 소방차가 출동하고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등 막대한 공공비용이 지출됐다"며 "자동차 보험처럼 건물에도 보험제도를 적용해 이같은 공공의 피해를 보완하는 방안 등이 필요해 보이지만 사회적 합의가 없어 당장 추진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뿐만아니라 각종 개발행위에 따른 발파나 진동이 인근 건물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대비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목됩니다. 서울 시내 건축행위가 새로운 택지가 아닌 대부분 조밀한 건물들 안에서의 재건축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이같은 우려는 상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밀집지역에서의 건물 재건축 행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시 인접한 건물들의 노후상황 점검을 의무화하거나, 인접 건물의 안전관리비용을 사업시행자에게 부과하도록 하는 등 법제도 강화를 동반할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정치권 "대책 논의, 선거 지나야 가능"
이처럼 제2의 용산 건물 붕괴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와 대책 논의가 시급한 실정이지만 앞서 각 후보들은 보수와 진보가 나뉘어 `도시재생 정책`과 `재개발·재건축 정책`을 놓고 무엇이 옳으냐를 가려내는 데 혈안이 된 듯 보입니다. 사정은 국회도 마찬가집니다. 이번 붕괴 사태에 대해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유력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모든 인력이 지방선거 유세에 매진하고 있어 붕괴현장에 가 볼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선거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결국 입법기관의 대책논의는 사고가 발생하고도 못해도 열흘은 지나야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행히 이번 붕괴 사고는 대규모 인명피해를 면했지만, 지금도 개발행위가 한창인 서울의 구도심에서 제2, 제3의 붕괴사고가 지금 당장 일어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정치권의 달아오른 선거열기 속에서 도심 노후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불안감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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