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채용비리 사태로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은행권이 모범채용규준을 만들었는데요.
대부분의 규정이 강제성이 없어 이를 어기더라도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는 데다, 이미 피해를 입은 구직자에겐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엉터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영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채용비리로 전·현직 임직원 38명이 재판에 넘겨진 사상초유의 사태를 겪은 은행권이 뒤늦게 마련한 채용절차 개선안입니다.
은행연합회 주도로 마련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에는 임직원 추천제 폐지와 내부 감시기능 강화 방안 등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불거진 채용비리가 은행 고위관계자를 중심으로 암암리에 이뤄진 만큼, 이 같은 자기검열식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이 채용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점검해 보고하라고 했지만 은행들은 부정 채용 사례가 없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특히 채용비리 핵심 사안인 남녀차별 문제는 차별하지 않겠다는 기본 원칙만 있을 뿐, 합격비율 공개와 같은 구체적인 사후 관리방안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득의 / 금융정의연대 대표
“청탁자나 청탁 내부자에 대한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고 생각하고요. 면접점수는 언제든지 조작 가능하거든요 마지막 단계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부정 채용이 발생했을 때 해당 임직원에 대한 징계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식 처벌이 나올 우려가 있고 은행의 관리감독 책임도 명시하지 않아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또 채용비리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구직자에게는 다시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지만, 소급적용을 배제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아예 구제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자율규제인 만큼 법적 구속력이 없고, 거래처나 정치권 등 청탁자가 외부에 있을 경우 처벌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인터뷰> 조남희 / 금융소비자원 대표
“면피용으로 하는 건데, 단순히 몇 가지 방법적인 개선을 채용비리 대책으로 내세운 것은 시장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실질적인 대책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문제의식 없이 채용비리를 일삼아 온 은행권.
알맹이 빠진 대책으로 또 한 번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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