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조선 후기 화원 이인문의 `어부지리`(18세기)
조선후기 도화서 화원 출신 이인문이 그린 ‘어부지리(漁夫之利)’입니다.
우리에게 풍속화로 널리 알려진 단원 김홍도의 단짝이라 그런지 이인문의 그림에도 풍자와 해학, 인물의 표정과 상황이 잘 녹아 든, 우리가 흔히 아는 ‘어부지리’ 상황을 해학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갈대가 우거진 강가에서 조개와 도요새 한 마리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데, 도요새와 조개는 저마다 먹고 안 먹히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지나던 어부가 하도 갈대 숲 옆이 소란스러워 보니 이런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고 `이게 웬 횡재냐`며 아무 힘 들이지 않고 새도 잡고 조개도 잡는 내용이지요.
이 4자성어는 원래 중국 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전국책(戰國策)`에 기록된 고사로, ‘휼방지쟁(鷸蚌之爭)’ ‘휼방상쟁(鷸蚌相爭)’에서 출발합니다.
도요새를 뜻하는 ‘휼(鷸)’, 민물조개를 뜻하는 ‘방(蚌)’, 이들 간의 다툼을 뜻하는 `지쟁(之爭)’ ‘상쟁(相爭)`을 말하는 것으로, 전국시대에 진나라가 다른나라들 보다 강한 상황에서 주변국인 조나라는 앙숙이자 앓던 이 격인 연나라 공격을 암중 모색중이었습니다.
이를 우려한 연나라 대신 소대가 조나라 왕을 찾아가 설득을 할 때 인용한 것이 바로 이 ‘휼방지쟁’, ‘휼방상쟁’ 즉 ‘어부지리’ 이야기였습니다.
강한 진나라를 곁에 두고 자기들끼리 싸우다 보면 도요새와 조개처럼 둘 다 쇄락해 진 틈을 타 공격을 당할 것이라는 논리였고 이 말을 들은 조나라 혜문왕은 연나라와 화친을 맺기에 이릅니다.
요즘 주요 경제단체 중 하나인 한국경영자총협회, 흔히들 경총으로 부르는 곳도 조개와 도요새의 사투로 소란스럽 듯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경총·송영중 부회장간 내홍 ‘점입가경’
경총은 도요새, 송영중 부회장은 마치 조개라도 된 듯 서로 ‘적폐조직이다’ ‘자격부족, 자진사퇴해야한다’ ‘그러지 않을 것이다’ ‘해임하겠다’ 등 혈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도요새가 자신의 부리를 물고 늘어지는 조개에게 “너는 비가 오지 않으면 말라 죽을 것이니 어서 입을 열어라”, 조개는 조개대로 “내가 부리를 물고 버티면 너도 굶어 죽을 것”이라고 하듯 상호비방전, 이에 대한 응수와 공세만 되풀이 할 뿐입니다.
경총은 송영중 부회장에 대해 “회장 지시를 무시하고 조직에 해가 되는데다 인사권 남용, 인격 모독 등을 했다”며 자진사퇴, 해임 추진을 직간접적으로 요구, 추진중입니다.
송영중 부회장은 경총이 “구태의연한 적폐세력이고 손경식 회장이 오판하도록 하고 있다“며 반박에 반박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 송영중 상임 부회장
한 쪽은 출근을 하지 않다가 출근을 하고 한 쪽은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이에 대해 법률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그렇지 않아도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재계와 노동계가 풀어야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데 휼방지쟁(鷸蚌之爭)만 난무합니다.
*개인 파행 VS 구태의연 적폐 조직‥“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이에 대해 한 재계 고위 인사는 “곪아 있던 파행적인 조직 운영, 인사, 의사결정 등에 대한 불만과 문제점 등이 터져 나온 것”이라며 “이미 강을 건넌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경총은 이미 다음달 3일 조선호텔에서 총회를 열고 임원 임·면직을 논의하겠다고 일정을 확정하는 등 송영중 부회장에 대한 해임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수세적인 입장에 있다가 검찰의 경총 압수수색 이후 공세적인 입장으로 전환한 송영중 부회장 역시 경총 회원사 그룹들에 대한 문제점, 업무를 파악하는 것에 대해 경총 임원들이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며 한치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즉 경총 개혁 과정에서 ‘찍혀서’ 퇴출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인 셈이기도 합니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경총이 검찰의 회원사 수사와 관련한 내용, 압수수색 당시 대비를 미처 하지 못해 검찰에 주요 자료를 몽땅, 속된 말로 ‘탈탈 털렸다“며 압수수색으로 여타 회원사들의 컨피덴셜한 문서, 파일까지 검찰 손에 넘어갔다고 전합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검찰의 경총 압수수색 자료 내용이 불거질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는 이야기가 재계 안팎에 파다하다”며 “송영중 부회장 개인이 거대 조직인 경총을 상대로 버틸 수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관료 출신인 송영중 부회장 개인도, 경총이라는 경제 주요단체도 어찌됐건 간에 매끄럽지 못한 상호 비장, 여론전, 뒤죽박죽 해명 등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던 간에 경총의 위상 추락은 불기피해 보입니다.
*제 구실 못하는 주요 경제단체‥전경련 이후 경총 너마저
‘휼방지쟁’, ‘어부지리’ 등 도요새와 조개가 싸우면 누군가는 뒤로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송 부회장이 해임이 되면 누군가는 새로 올 것이고, 경총이 개혁되더라도 조직개편, 물갈이로 누군가는 새로 올 여지가 농후해 집니다.
아니면 전경련 해체 이후 맏형 격 역할을 해야 하는 경제 주요 단체들간 주도권, 무게중심이 달라질 수 있고, 재계를 대변하는 단체가 위상이 약해지면 노동계가 얻게 될 부분이 많아 질 수 있습니다.
`적폐청산`, `공정경제` 등을 표방하는 현 정권의 경제 산업 정책에 매번 반대를 하고 난색을 표명하고 애로를 전하고, 각종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경제 단체 중 한 곳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판단하는 측이 있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자리를 원하는 사람, 지키길 원하는 사람, 주도권을 쥐고 싶은 단체, 재계로 부터 무엇인가를 얻어내야 하는 기관, 정책을 세우고 시행하는 부처와 위정자 등 어부가 될 수 있는 대상자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재계 일각에서는 하지 않아도 될 다음달 경총 임시 총회가 열리는 조선호텔이 장소 대관 등으로 ‘휼방지쟁’ ‘어부지리’의 진정한 어부라는 웃지 못할 우스개 소리도 전해옵니다.
최순실 사태 이후 전경련은 사실상 힘이 빠져 있고, 최근 경총의 내홍은 점입가경 형태로, 송 부회장이 주장하는 데로 적폐, 구태적인 행태, 회계상 많은 문제점이 검찰 수사 등으로 불거지면 경총의 앞날도 예상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재계 안팎에서 들려 옵니다.
[사진] 전경련, 경총, 대한상의,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재계를 둘러싼 환경은 어느때 보다 녹록치 않습니다.
기업들의 애로사항과 민원은 경제단체를 통해 정부와 여론에 녹아들고 전해지는 데 비선실세, 회계부정, 노조탄압 등 의혹을 받으며 이들 단체들의 입지 또한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소통해도 쉽지 않은 상황에 경총 창립 이후 처음으로 부회장이 직무정지를 당하고 그 부회장이 경총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하는 등 흔히 말해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은 ‘콩가루’ 집안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총 압수수색, 송 부회장 파장‥재계 후폭풍 `노심초사`
조직은 제반 의혹에 휩싸이고 사정당국의 칼날에 혹시 압수수색 파일과 문건 등으로 시한폭탄의 시계가 작동되는 것은 아닌 지 노심초사 하고 있다는 이야기, 해당 그룹, 경영자 회원사들이 대관조직을 풀가동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다음달 3일 경총 회원사들이, 이사회 멤버들이 모여 경총 48년여 역사상 처음으로 부회장 중도 해임을 결정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데 중도 해임을 한 이후에도 사태가 일단락 될 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누가 이기든 치열한 공방 끝에, 난타전을 벌인 끝에 권투경기를 마친 챔피언이나 도전자 모두 눈두덩이, 입술, 코 등 어느 한 곳 성한 곳 없는 것처럼 상처뿐인 일단락이 될 수도 있고 승부가 나지 않아 지리한 연장전이 될 공산도 있다는 관측 등 온갖 설만 무성합니다.
[사진] 난타전 속에 승리를 거둬도 얼굴 어느 한 곳 성한 곳 없는 승자 (영화 록키 中)
경제 단체들간에 무게감도 한 쪽으로 치우치고 있고 선거에서 민심의 지지를 확인한 정부의 정책 기조 강화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경제단체의 내홍, 잡음, 힘 겨루기, 각종 의혹과 설을 대하는 재계와 여론의 시선이 고울 리 만무합니다.
‘휼방지쟁’, ‘어부지리’는 양쪽이 서로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싸우고 양보를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이득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결국 도요새가, 조개가 어부에게 노획돼 어떤 형태로든 생을 다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결국 공멸한다는 이치도 함께 시사합니다.
권투경기 격투기는 박진감, 땀, 눈물과, 마초와 같은 감동스토리, 희열이라도 있지만 이들간 피터지는 싸움은 명분도 부족하고 단지 상대를 누르고 이기고, 내 결점을 숨기기 위한 과정, 일각에서는 밥그듯 싸움으로 평가 절하하기도 합니다.
선임될 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회장 인선을 감안하면 지금의 사태는 예정된 수순이라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조직원의 일원인 그를 컨트롤하지 못한 48년 역사의 경총 또한 무능, 각종 의혹을 사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업습니다.
*경총 잡음·내홍 내달 3일 분수령‥그때까지 진흙탕 양상
다음달 3일이면 어떤 방향이든 견론이 나겠지만 그러기에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현안들의 경중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경총의 잡음, ‘휼방지쟁’을 바라보는 각 계의 심정은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최근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냉가슴을 앓고 있는 한 중견기업 대표는 재계에 일고 있는 일련의 내홍과 의혹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곳간과 사정 넉넉한 큰 기업들, 재계는 시간이 급하지 않은 듯 하네요. 결국 이 또한 밥그릇 싸움일 뿐” 이라고..
연나라 신하 소대처럼 조나라 왕을 찾아가 설득을 할 경총내 임직원도, 중재할 경제단체도, 화친을 선택한 조나라 혜문왕과 같은 재계 어른이 없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다음달 경총의 임시 총회가 ‘리얼막장 모험활극’의 최종회가 될 수 있을 지, 아니면 1~2회 연장 방송으로 원성을 살 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경제상황을 감안한다면 결코 유쾌하진 않지만 사상 초유의 일인지라 그 결론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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