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호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권에 든 남부지방과 제주 등지에서는 도로가 꺼지고 방파제 시설물이 유실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하늘길과 바닷길이 끊기고, 각급 학교가 단축수업을 하는 등 불편도 이어졌다.
쁘라삐룬은 오후 3시 기준 부산 남쪽 약 200㎞ 부근 해상에서 시속 27㎞의 속도로 북북동쪽 방향으로 북상 중이다.
태풍특보가 발효된 제주도, 경남 해안과 일부 내륙은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30m 안팎에 달하는 강한 바람과 시간당 20㎜ 이상의 비가 내리고 있다.
오후 6시 현재 제주 윗세오름 152㎜, 울산 매곡 122.5㎜, 경남 거제 100.5㎜, 부산 동래 92㎜, 경남 양산 91㎜, 전남 여수 소리도 80.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4일 새벽까지는 강원 영동과 경상 해안을 중심으로 강한 바람과 함께 곳에 따라 시간당 30㎜ 이상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 방파제 시설물 유실, 도로 침하, 침수…피해 속출
태풍이 몰고 온 높은 파도에 제주 서귀포시 위미항 방파제 보강공사용 시설물이 유실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께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항 동방파제 보강공사 구역에서 보강 시설물(근고블록·트라이빔)이 높은 파도에 이탈되거나 바다에 빠져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도는 76m 구역에 걸쳐 200여 개(36t가량)의 시설물이 유실·이탈된 것으로 판단하고 6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도는 이날 오전 태풍이 서귀포시 해상에 직접 영향을 주면서 10m가 넘는 높은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힌 것으로 봤다.
이번에 유실 피해를 본 근고블록과 트라이빔은 방파제의 기본이 되는 기초 사석의 유실을 방지하는 시설물이다.
도는 쁘라삐룬 내습에 대비, 지난달 30일부터 보강 시설물 200여 개를 방파제 기초 사석 위에 시설했다.
방파제 기초 사석의 유실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조만간 현장 조사를 거쳐 자체 복구할 예정이다.
서귀포시 위미항에서는 2015년 12월부터 올해 12월 중순까지 동방파제와 서방파제 연장 및 보강 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오후 4시 12분께 경남 양산시의 한 아파트 인근 도로변 지반이 10여m 침하했다.
이 사고로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 4대도 함께 땅 밑으로 내려앉았다.
다행히 사고 당시 차량 탑승자가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양산시는 도로변을 떠받치던 옹벽이 무너지며 도로가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복구작업에 나섰다.
이에 앞서 오후 3시 12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에서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돼 소방당국이 안전조치했다.
오후 1시 50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지하 노래방에는 1m가량 물이 찼지만, 당시 노래방이 영업하지 않아 다친 사람은 없었다.
울산에서는 2년 전 태풍 `차바`로 피해를 본 중구 태화시장 상인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상인들은 상점 앞에 미리 모래 자루를 쌓아놓는가 하면, 낮은 곳에 있는 물건을 위쪽으로 옮겨 놓기도 하며 태풍 경로를 주시하고 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모(55·여)씨는 "그때처럼 비가 내리면 손쓸 수가 없다"라며 "이번 태풍 경로가 차바와 비슷한 것 같아 설마, 설마 하면서도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 하늘길·바닷길 꽁꽁…발 묶인 승객들
비교적 기상이 양호했던 제주에서는 김해공항 등 국내 다른 공항의 기상 악화로 출·도착 항공편 운항에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오후 5시 기준 제주공항에서 항공기 61편(출발 33편, 도착 28편)이 결항하고, 35편(출발 28편, 도착 7편)이 지연 운항했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제주공항에도 태풍특보가 발효됐으나, 바람이 잦아들고 강수량이 많지 않아 제주공항 날씨가 원인이 된 결항 편은 없었다"면서 "오늘 밤까지 태풍 영향으로 김해 등 다른 지역 공항에서 날씨가 좋지 않아 항공기 이·착륙에 차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산 김해공항에서는 오전 10시께 베트남 호찌민으로 가는 베트남 항공 VN423편이 결항하는 등 국제선과 국내선 항공기 수십 편이 결항하거나 지연 운항되고 있다.
울산공항에서도 울산과 김포·제주를 오가는 항공기 16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바닷길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산항 선박 입출항은 전날 열린 부산항 선박대피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전면 통제되고 있다.
5천t급 미만은 오전 1시, 5천∼1만t급은 오전 2시, 1만t급 이상은 오전 3시부터 입출항이 금지됐다.
이날 신항에 도착해 컨테이너를 하역할 예정이던 선박 33척이 입항하지 못해 하역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어선 1천600여 척이 북항 5부두 등 안전한 곳으로 긴급 피항하고 결박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
전남 남해안도 태풍의 간접영향권에 들면서 여수·완도·목포항을 기점으로 하는 52개 항로 92척의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
◇ 각급 학교 단축수업…"학생 안전이 우선"
경남 14개 시·군에 태풍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도내 일부 학교는 등·하교 시간을 조정해 학생 안전 확보에 나섰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거제지역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97곳 중 80곳은 하교 시간을 조정했다.
대부분 오전에만 수업하고, 학생들은 점심 급식 뒤 하교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청·함양·거창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시·군 149개 학교에서도 하교 시간을 조정했다.
거제여상(오전 8시 40분→9시 40분)·양산보광고(오전 8시 30분→10시)·거창여중(오전 8시 30분→9시)을 포함한 5개 시·군 14개 학교는 등교시간을 뒤로 늦췄다.
다행히 이날 현재까지 학교 현장에서는 별다른 태풍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도교육청은 파악했다.
거창의 한 학교에서 많은 비로 2m 높이 돌담 일부가 무너지기는 했지만, 학생들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어서 피해는 없었다고 도교육청은 설명했다.
울산에서도 1개 유치원을 비롯해 초등학교 13곳, 중학교 35곳, 고등학교 6곳 등 총 55곳의 학교가 수업시간을 줄여 학생들을 일찍 집으로 돌려보냈다.
태풍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한 경북 포항과 경주지역이 학교 6곳도 단축수업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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