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과 달러화...美·中의 '이심전심(以心傳心)

최진욱 기자

입력 2018-07-17 07:18   수정 2018-07-17 10:47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부과를 한 번씩 주고 받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은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첫번째 보다 4배나 큰 규모로 중국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추가하겠다고 재반격에 나섰다. 1차 관세부과 대상이 주로 자본재에 그쳤다면 이번 대상은 일반 소비재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추가로 3,000억달러 규모의 관세부과 카드까지 내보이며 중국의 다음 행보에 대비한 으름짱까지 놓은 상태다.

모두가 터질 것이 터졌다며 금융공황과 실물경기의 급격한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두 나라의 갈등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수출도 직격탄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는게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분명 최근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위기`라는 사실에 대다수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G2 사이의 헤게모니 다툼으로만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겉으로는 다툼처럼 보이지만 두 나라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이 곳곳에서 감지되기 때문이다.


● 미국의 쌍둥이 적자...달러화 강세는 `묘수`

우선 미국은 재정과 무역의 `쌍둥이 적자`를 줄이고 싶어한다. `America First`을 외치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더더욱 그렇다.

재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의 영향으로 미국 경기가 호황인 상황에도 적자가 증가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림1 : 미국 연방재정수지 / 자료 : 미 의회예산국 (CBO)


무역적자는 국가별 공급망 생태계가 정착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급증하고 있다. 특히 6월 무역적자는 166억달러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그림2: 미국 무역적자 / 자료 : 미 상무부)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경기를 되살린 이후(디레버리징) 금리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미국 경기는 완전고용 상태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뜨거운 국면이기 때문에 FRB는 금리인상을 본격화할 태세이다.

무역에는 일부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만 `강한 달러`는 여러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는 묘안이 된다. 펀더멘털에 걸맞는 금리상승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그에 따른 이자부담을 줄이고, 전세계 자금이 미국으로 복귀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레트우즈 체제의 맹점을 지적한 `트레핀의 딜레마`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달러를 마구 찍어내 전 세계에 공급할 것인가, 아니면 달러화 가치를 지킬 것인가를 두고 늘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지만 `강한 미국`을 표방한 현 행정부는 전자 보다 - 실제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 고갈 증상이 감지되고 있다 - 달러화 강세를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 중국의 부채위기...위안화 약세는 `임시대피소`

이번에는 태평양 건너 중국의 상황을 살펴보자.

중국은 공급과잉과 급격한 부채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장률 자체는 유지되고 있지만 급격하게 경기가 꺾일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시진핑 2기가 시작됐지만 구조조정과 부채감축은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림3 : 주요국 GDP 대비 부채비율 및 경제주체별 부채비중 / 자료 : NH투자증권)

때마침(?) 미국이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해 관세부과를 선언하자 중국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내리고 위안화 환율을 절하시키며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 지급준비율 / 자료 : NH투자증권)




(달러-위안 환율 / 자료 : 인베스팅 닷컴)

위안화 가치 하락은 미국의 관세인상분을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부채위기를 해소하는 `일석이조`가 된 것이다. 물론 급격한 위안화 약세는 해외자본 이탈을 불러올 수 있지만 인민은행이 그 속도만 조절한다면 외화보유액만 3조달러가 넘는 상황에서 그리 걱정할 일이 못 된다. 달러로 환산한 외환보유액의 가치도 더불어 늘어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 달러화 강세 = 위안화 약세...美中 `쾌도난마`

재미있는 점은 위안화 약세는 달러화 강세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와 일치한다. 두 나라 모두 내부적으로 누적된 경제문제를 달러화 강세로 한번에 해결한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쾌도난마(快刀亂麻)`인 셈이다.

만약 두 나라의 이신전심(以心傳心)이 맞다면 앞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전개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미국 달러화 강세가 어느 정도 진행될 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다. 사실 그 어떤 국가나 중앙은행도 자국 통화가치의 급격한 변화를 반기지 않는다. 경제 주체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복잡한 실물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역학구도가 왜곡되면서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국이 어느 지점에서 달러화와 위안화의 균형을 맞추는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중국은 실물경제의 위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위안화`를 목표로 점진적이지만 금융시장을 개방했고, 그에 걸맞게 위안화 가치도 2014년까지 꾸준히 상승해왔다. 다만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실물경기가 살아난 이후부터 다시 위안화는 약세, 달러화는 강세로 돌아섰다.

G2 무역전쟁은 반 길일은 결코 아니다. 파장은 힘없는 국가와 계층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그 파장의 강도와 기간은 달러화 가치의 흐름 속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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