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동연 부총리에 이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정부 관료들의 잇단 대기업 방문에 재계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냅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점은 좋지만 정작 애로사항엔 답변이 없고 투자계획 발표 등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업들만 나오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김치형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지난주 SK하이닉스가 이천에 반도체 신규라인과 향후 투입될 장비들까지 총 15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발표는 하루 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에서 먼저 흘러나왔습니다.
김 부총리는 SK하이닉스가 발표도 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한 기업이 중기적으로 15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이라 말했고, 그 기업이 SK 하이닉스로 확인되면서 SK가 서둘러 투자를 발표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이번 SK그룹의 투자는 사실 지난 2015년 최태원 회장이 출소 직전 발표한 45조원 투자계획의 일부로 신규 투자 계획이라 부르기에는 조금은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삼성입니다.
김동연 부총리는 공개적으로 다음달 초 삼성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입니다.
김 부총리와 이재용 부회장의 만남 가능성이 언급되고 삼성의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도 전망됩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을)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가능한 투자 규모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투자시기 등에 대해서는 민감한 문제"라며 언급을 꺼렸습니다.
삼성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최근 3년간 꾸준히 매년 40조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해 온데다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시작된 지난해 부터는 투자규모가 60조원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시장에서는 100조원대의 투자 계획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2020년까지 혹은 중장기 100조원 투자 계획이라면 삼성의 최근 투자규모로 그리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뿌리에 물을 줘 나무를 강하게 키우겠다는 정부의 소득주도 정책에 일부 한계가 드러나며 결국 기업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재계에서는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빠진 정부의 도움 요청은 기업 입장에서 요청이 아닌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치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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