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종량세 도입이 무기한 보류됐습니다.
수제맥주업체들을 비롯한 국내 맥주업계는 주류 제품의 양에 따라 세금을 일괄 부과하는 종량세 도입으로 수입맥주업체들과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는데요.
기획재정부가 종량세 도입을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포함하지 않으면서, 국내 맥주업계의 반발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태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청년사업가 김태경씨는 2년 전 양질의 수제맥주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양조장을 꾸리고 가게를 차렸습니다.
이제는 한달에 5만 잔을 판매하는 어엿한 중위권 수제맥주 사업자로 성장했지만, 과세제도가 이 청년사업가의 도약을 방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제맥주는 현행 세금 체계에서 수입맥주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익 창출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태경 /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
현행 종가세에서는 원가에 세금이 매겨지는데 원가에는 인건비도 포함이 됩니다. 지금 산업이 커지고 있어서 자발적으로 고용을 하고 싶어도 세금 부담때문에 고용을 못하는 실정입니다. 맥주를 만드는 장비 같은 곳에 지출을 해도 그게 전부 세금으로 잡힙니다. 더 좋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 더 좋은 장비를 사는 것 조차도 더 많은 세금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현재 종가세 제도에서 국내맥주는 제조원가에 국내 이윤과 판매관리비 등을 더한 출고가에 세금을 매기는 반면, 수입맥주는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수입맥주의 경우 국내 이윤이나 판매관리비 등은 과세에 포함되지 않는데다, 수입가격을 낮춰서 신고할 수 있어 손쉽게 세금을 줄일 수 있는겁니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수입맥주와 국내 생산맥주의 판매가격이 같더라도 종가세 체제에서는 세금이 최대 20%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세법개정안에 주세개편 관련 내용이 빠지자 수제맥주 업계 뿐만아니라 기존 주류업계에서도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경연 / 오비맥주노조 수석부지회장
결과적으로 보면 수입맥주 시장이 커질 뿐만 아니고 국산맥주조차도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해외에서 생산하고 국내에서 역수입해서 판매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고용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맥주 업체와 협회도 "'국내 맥주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수입맥주 4캔 1만원을 없애려고 한다'고 소비자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며, "맥주 종량세 전환은 국내맥주에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획재정부 측은 종량세로의 개편을 완전히 백지화 한 것은 아니라며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종량세가 전체 주세체계에 적합한지 검토하기 위해 세제개편안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제맥주협회와 국내맥주업계 노조 등은 앞으로 개정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다 개정시기까지 사업과 일자리 보장이 불투명할 수도 있다며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태학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