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태풍 `솔릭`의 예상 이동 경로가 점점 남쪽으로 바뀌는 데는 제20호 태풍 `시마론`의 영향이 크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솔릭`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제주 서귀포 서북서쪽 110㎞ 부근 해상에서 시속 8㎞의 느린 속도로 북북서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이날 정오께 이동 속도인 시속 4㎞보다는 그나마 빨라졌다.
이 태풍은 이날 밤 서해 섬들을 통과해 북상한 뒤 24일 오전 1시께 전남 영광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날 기상청이 내놓은 예상 상륙 지역인 충남 보령보다 한참 남쪽이다.
한반도 부근에서 `거북이걸음`을 하는 `솔릭`과 달리 `시마론`은 그 몇 배의 속도로 일본 열도를 향해 북진하고 있다.
`시마론`은 오후 3시 현재 일본 오사카 남남서쪽 340㎞ 부근 해상에서 시속 38㎞로 북북서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다.
이처럼 대조적인 두 태풍의 이동 속도가 결과적으로 `솔릭`의 진로를 급히 동쪽으로 꺾어 내륙 지방의 이동예상 경로를 수도권에서 충청권으로 남하시켰다.
현재 한반도 동쪽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 여름 내내 견고하던 북태평양 고기압은 `시마론`의 빠른 북상으로 다소 흔들리는 상태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점차 약해지면서 `솔릭`의 동쪽을 받쳐주는 힘이 줄어든 상태에서 `솔릭`이 천천히 북상하고 있다"며 "이동 속도가 느린 `솔릭`에 편서풍이 불면서 그 영향으로 일찍 동쪽으로 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릭`의 이동 속도가 사람이 걷거나 뛰는 수준인 시속 4∼8㎞ 수준까지 떨어진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 쪽 태풍 `솔릭`의 이동 경로가 일본 쪽 태풍 `시마론`으로 인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기상청은 이것이 두 개의 태풍이 인접해 있을 때 서로의 이동 경로나 세력에 영향을 미치는 `후지와라 효과`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후지와라 효과`는 일본인 기상학자 후지와라 사쿠헤이의 이름을 딴 현상이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일반적으로 `후지와라 효과`는 저위도(적도 중심으로 남·북위도 20도)에서 발생한다"며 "우리나라가 있는 중위도(20∼50도)에서는 편서풍이 있어 `후지와라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솔릭`과 `시마론`의 거리는 최소 1천100㎞여서 `후지와라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다소 멀다고 정 과장은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 예보에서 `솔릭`의 상륙 지점을 전남 영광 부근으로 발표했지만, 이후 이보다는 다시 북쪽으로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
오후 3시에 시속 8㎞로 북진하던 `솔릭`이 이날 밤에는 시속 21㎞ 수준으로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솔릭`이 계속 편서풍의 영향을 받더라도 북쪽으로 나아가는 힘이 강하면 한반도 상륙 지점도 좀 더 북쪽으로 옮겨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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