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꽃핀 르네상스 문화의 흔적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연중 붐비는 이탈리아 중부 도시 피렌체가 유서 깊은 역사 지구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에 대해 규제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라 나치오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렌체 시는 우피치 광장, 데 네리 거리 등 피렌체 도심에서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거리 4곳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다 적발되는 사람에게는 거액의 벌금을 물리는 조례를 제정,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당국은 해당 거리 곳곳에 붙인 공지문에서 "이곳에서 거주하고, 장사하고,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해 달라"고 부탁하며, 낮 12∼오후 3시, 오후 6∼10시에 해당 거리에서 음식물을 먹다가 발각되면 최소 150 유로(약 20만원)에서 최대 500 유로(약 65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는 주택이나 가게 앞에 진을 친 채 음식물을 먹은 뒤 쓰레기를 그대로 방치하고 떠나는 관광객들의 행태를 단속해 달라는 피렌체거주자협회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데 네리 가(街) 주민 협회의 로베르타 피에라치오니 대표는 라 나치오네에 "새로운 규제로 우리가 사는 거리에 조금이나마 질서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크로체 성당 계단을 물청소하는 환경미화원 [EPA=연합뉴스]
도심 주요 유적지 앞에서 음식물을 섭취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피렌체 시는 작년 여름부터는 도심 주요 성당에서 물청소를 시행하는 고육책도 동원하고 있다.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 등의 유해가 안치된 산타 크로체 성당 등 도심의 대표적인 성당의 계단에 식사 시간대에 물을 뿌림으로써 계단에 앉아 햄버거나 이탈리아식 샌드위치인 파니노 등 음식물을 먹고자 하는 사람들을 차단한다는 의도에서다.
피렌체 외에 수도 로마 역시 스페인 계단이나 트레비 분수 등 시내 주요 관광지에서 음식을 먹다가 적발되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리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 주요 도시 상당수가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피렌체의 경우 도심 역사 지구의 건물 5채 가운데 1채는 수익이 높은 에어비앤비 등 숙박 시설로 용도가 속속 변경됨으로써 원주민들이 도심에서 사실상 쫓겨나는 일도 최근 빈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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