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할아버지가 와도 안돼요"…한숨 짓는 사장님들

김민수 기자

입력 2018-09-06 17:05   수정 2018-09-06 16:59

    <앵커>

    요즘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곳곳에서 경기가 안좋다는 말 참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그만큼 우리가 느끼는 체감 경기가 안좋다는 건데요.

    한국경제TV가 추석을 2주 앞두고 서울 시내 곳곳을 찾아 사장님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김민수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강남지역의 대표적인 상권 중 하나인 논현동 먹자골목입니다.

    한 때는 장사 잘되기로 유명한 가게들이 밀집한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불황을 버티지 못하고 망한 가게들이 늘면서, 거리 곳곳에 빈 상점들만 가득합니다.

    <인터뷰> 논현동 부동산중개업소

    "강남 아니라 강남 할아버지가 와도 안되는 걸 어떡해요. 월세 못내서 쫓겨나는 사람이 한두명도 아닌데... 옛날에 여기 한신포차는 줄도 서서 있었어요. 새벽까지 새벽 세시에 나왔을 때는 여기 차들이 지나갈 수도 없었어요. 지금은 12시만 넘으면 썰렁해요. 지금은 다 그냥 죽어라 해요. 지금 그냥 다들 버티는거에요."

    주변 망리단길이 뜨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울 망원시장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기는 하지만, 간단한 먹거리를 즐길 뿐 지갑을 닫으면서 매출은 신통치 않습니다.

    <인터뷰> 최태규 망원시장상인회 회장

    "상인들은 객단가라고 하는데, 지금 보면 간단하게 먹거리를 먹고 즐기는 분들이 많아서, 사람은 많은데 매출은 더 늘지 않는 점포가 더 많다. 오히려 줄어든 점포도 있고..."

    2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 추석 대목에 대한 기대를 물었지만, 사장님은 달라진 명절 풍경을 탓할 뿐입니다.

    <인터뷰> 장계동 망원시장 정육점 점주

    "최근 한 2-3년 동안은 명절에 가족여행들을 많이 가시더라구요.큰 명절이 음식을 준비하고 그런 개념이 아니라 가족여행을 가는 그런 걸로 많이 바뀐거 같아요."

    명절이면 고향을 가기 전에 들르던 미용실도 요새는 반짝 특수가 사라졌습니다.

    예전이면 미리 잡아논 예약들로 가득했을 일정표는 텅텅 비어있습니다.

    <인터뷰> 박혜원(가명) 미용실 점주

    "요즘은 없어졌어요, 설 특수 추석 특수 같은게 없어지고 비용이 많이 나가는 달 있잖아요. 이럴 때 오히려 미용이나 이런 부분을 지출을 줄이는게 현실이이요."

    3천 건이 넘는 폐업 컨설팅을 해 준 '폐업 전문가'가 보는 길거리 경기는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강남이나 이태원 같은 핵심상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건, 책상 위에서 보는 통계와는 다른 의미라는 겁니다.

    <인터뷰> 고경수 폐업119 대표

    "일단 빈 상가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거의 폐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바꿔 얘기하면 수치로 나타나는 현상하고 실제 실물경기하고는 괴리가 있거든요. 저희가 보기엔 심각합니다."

    답답한 정치 논리와 통계를 놓고 벌이는 말장난 속에 사라진 우리 경제에 대한 희망 앞에 사장님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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