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에서 발생한 태풍 중 가장 강력한 슈퍼 태풍 `망쿳`이 강타한 홍콩에서는 17일 출근길 교통대란이 일어나는 등 적잖은 후유증이 이어졌다.
지하철과 함께 홍콩 대중교통의 양대 축을 이루는 간선버스 운행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전면 중단됐다.
시내 곳곳의 가로수 수백 그루가 돌풍으로 인해 쓰러진 데다, 일부 저지대는 물에 잠긴 곳마저 있어 도로를 완전히 복구하는 데는 수일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홍콩의 오피스빌딩 밀집 지역인 센트럴과 침사추이를 오가는 페리선 운항마저 중단돼 출근길 교통난을 더욱 가중했다. 전철 지상구간마저 곳곳이 태풍 피해를 봐 일부 지상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이날 아침 홍콩 전역의 지하철역에는 출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지하철역은 수천 명이 몰려드는 바람에 지하 2층 탑승구역은 물론 지하 1층 개표구에도 진입하지 못한 사람들이 지하철역 바깥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캘리 완(45) 씨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지하철역으로 가는 미니버스를 타기 위해 45분이나 기다렸는데, 지하철역에 도착하기 나서 거대한 인파를 보고 나니 할 말을 잃었다"고 전했다.
벤 로(40) 씨는 "집에서 아침 7시 45분에 나왔지만, 9시가 다 되도록 지하철을 타지 못하고 있다"며 "도로 복구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전면적으로 반일 휴가를 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민간 기업의 경영에 정부가 간섭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입장만 밝혀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시속 195㎞에 달하는 돌풍을 동반한 태풍 망쿳은 1979년 태풍 호프 이후 홍콩을 강타한 가장 강력한 태풍이다.
강력한 돌풍에 시내 곳곳의 가로수가 쓰러지고 아파트 유리창이 깨지는 바람에 2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홍콩 북부 신계 지역에서는 4만 가구가 정전 사태를 겪어야 했다.
홍콩 정부는 도로 파손 등으로 정상적인 등교가 힘든 점을 고려해 이날에 이어 18일까지 시내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전날 태풍으로 889편의 항공편 운항이 취소된 홍콩 국제공항은 이날 항공편 운항을 재개했지만, 비행기를 타기 위해 몰려든 여행객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뤘다.
캐세이퍼시픽 등 홍콩 로컬 항공사 3곳의 운항 취소로 영향을 받은 여행객만 9만6천 명에 달해, 전체 피해 여행객은 10만 명을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국제공항 측은 "889편의 지연된 항공기 승객 수요를 모두 처리하기 위해서는 수일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당국은 홍콩 국제공항에 추가 근무 인력을 배치하고, 숙소를 구하지 못한 여행객들에게 물과 담요, 비상식량 등을 제공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를 넘어 세계 최대의 도박도시로 부상한 마카오는 전날 태풍으로 인해 15일 밤 11시부터 시내 모든 카지노의 영업을 중단했다.
이는 마카오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33시간의 영업 중단 끝에 이날 오전 8시부터 마카오 전역의 카지노가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마카오 곳곳의 저지대와 주요 도로가 침수 피해를 겪고, 2만여 가구에 정전 사태가 발생해 마카오 관광산업의 완전 정상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마카오에서는 최소 17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태풍이 전날 오후부터 중국 본토에 상륙하면서 태풍의 진행 경로에 있는 광둥(廣東) 성, 하이난(海南) 성, 광시(廣西)좡족 자치구 등 중국 남부 지역도 비상태세에 돌입했고, 광둥 성에서만 311만 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선전(深천<土+川>), 광저우(廣州), 주하이(珠海), 산야(三亞), 하이커우(海口) 등 중국 남부 주요 도시에서는 거의 모든 항공편과 고속철 운항이 중단되고 거리의 상점과 식당도 대부분 문을 닫았으나, 이날부터 점차 정상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광둥 성 타이산(台山) 원자력 발전소와 양장(陽江) 원자력 발전소는 태풍의 진행 경로에 있어 두 발전소 모두 초비상이 걸렸으나, 다행히 아무런 사고는 없었다.
중국중앙(CC)방송에 따르면 광둥 성에서는 태풍으로 인해 4명이 사망했다.
3명은 광둥 성의 성도인 광저우 시에서 돌풍으로 인해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사망했으며, 1명은 둥관(東莞) 시에서 건축 자재가 무너지면서 이에 깔려 숨졌다.
태풍 망쿳은 광둥 성을 지나 광시좡족 자치구를 거쳐 베트남으로 향했으나, 이날 오후 3시께 베트남 하노이 북북동쪽 320km 부근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했다.
태풍이 열대저압부로 약화했다는 것은 최대풍속이 태풍 기준인 초속 17m에 못 미쳐 태풍의 위력을 상실한 것을 의미한다.
광시좡족 자치구에서는 4만5천여 명의 주민들이 대비했으나, 심각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태풍 피해가 가장 큰 곳은 필리핀으로, AP통신에 따르면 이날까지 태풍으로 65명이 사망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200㎞ 떨어진 벵게트 주(州) 이토겐에서는 전날 태풍 망쿳의 영향으로 산사태가 발생했다.
산사태 당시 흘러내린 토사와 암석 등이 광부 합숙소를 덮치면서 지금까지 34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고, 수십 명이 매몰돼 실종 상태다.
빅토리오 팔랑단 이토겐 시장은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흙과 돌무더기가 광부 합숙소를 덮쳤다"며 매몰된 광부 수가 40∼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이 사망했을 가능성은 99%에 이른다"고 말했다.
전날 필리핀 재난 당국이 다른 지역의 산사태 등으로 최소 29명이 죽고 13명이 실종됐다고 밝힌 점을 고려할 때 이토겐의 실종자들이 숨진 것으로 확인되면 총 사망자 수는 100명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재난 당국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섬과 저지대 주민 27만 명이 피해를 봤고, 전력 공급선 등이 파손되면서 440만 명이 거주하는 8개 주에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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