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높아지는 일본산 위스키…한 병에 3억원 낙찰 기록까지

입력 2018-09-28 21:17  


일본산 위스키의 인기가 국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인을 중심으로 일본 위스키팬이 늘고 있는 가운데 요 몇 년 사이 아시아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본산 위스키의 2차 유통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희귀품의 경우 경매에서 한 병에 3천만 엔(약 3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는 위스키가 나오는 등 웬만한 맨션 1채 값에 맞먹는 일본산 위스키도 나오고 있다. 장기간 숙성한 몰트 위스키 원액이 부족하다 보니 정가 숙성품은 품귀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소더비홍콩경매소가 올 1월에 실시한 경매에서 산토리홀딩스의 싱글 몰트 위스키 `야마자키(山崎) 50년` 한 병이 233만7천 홍콩 달러(약 3억3천만 원)에 낙찰됐다. 이 제품은 원래 산토리가 2011년 150병 한정판매한 상품으로 치프 블렌더(chief blender)인 후쿠요 신지(福與伸二)의 사인이 들어가 있다. 당시 소매가격은 한 병에 100만 엔(약 1천만 원)이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 위스키를 뜻하는 재패니스 위스키는 요즘 스카치, 아이리시, 캐나디언, 아메리칸 위스키와 함께 "세계 5대 위스키"로 불린다. 일본 위스키에 대한 평가는 특히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높아졌다.
국제 증류주대회인 인터내셔날 스피리츠 챌린지(ISC)에서 2003년 산토리의 `야마자키 12년`이 일본산 위스키로는 처음으로 금상을 받은 이래 2008년에는 같은 회사의 `히비키(響) 30년`이 사상 첫 3년 연속 최고상인 트로피를 수상했다.
경매에서 위스키 가격을 끌어 올리는 요인으로는 장기숙성에 따른 맛의 변화가 꼽힌다. 위스키는 알코올 도수 50% 전후로 와인이나 일본주 보다 상당히 높지만 셰리나 물참나무통 등 저장용기와 주변환경에 따라 부드러운 맛과 복잡한 맛이 다르게 나타난다.
고가 구니마사(古賀邦正) 도카이(東海)대 교수의 `위스키과학`에 따르면 첫 반년 동안은 에탄올(알코올)의 자극적인 냄새가 억제되고 2-3년에 숙성 향이 나오기 시작해 일반적으로 10-12년 정도 숙성이 이뤄지면서 품질이 좋아진다. 대부분의 원액은 품질향상이 여기서 끝난다. 맛이 더 향상될지는 원액을 보관하는 나무 통에 따라 달라진다.
`야마자키`를 내놓은 산토리의 야마자키증류소는 1923년에 건설됐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진기하고 다양한 모양의 증류기와 나무통을 용도별로 달리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복잡한 방정식처럼 원액이 만들어지고 품질도 거친 것에서부터 순한 인상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숙성 피크를 나무통별로 예를 들어 5년인지, 30년인지 판단해 복수의 통의 원액을 조합하는게 블렌더의 역량이다.
위스키병에 숙성연수를 표시하려면 그 연수 이상 숙성시킨 통만을 이용해야 한다. 지금 50년 숙성 원액을 제품화하려면 최소한 1960년대부터 숙성시킨 나무통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본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브랜디를 포함한 일본의 위스키 생산량은 1965년에 연간 6만9천㎘였다, 1980년에는 위스키 생산량이 35만1천㎘였으니 1960년대 생산량은 80년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던 셈이다. 2016년의 11만4천㎘에 비해서도 60%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아있는 장기숙성 원액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 확실해 장기숙성 제품은 갈수록 희소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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