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모두가 죽는다’라는 명제만큼 당연한 것도 없지만, 삶 속에서 죽음은 언제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죽어가는 존재인 주제에 우리는 우리가 죽음을 선택할 때 혹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했을 때가 되어서야 죽음의 의미를 고찰하게 된다.
카코포니(CACOPHONY)가 지난 4일 발매한 앨범 ‘和(화)’는 그녀가 오랜 병 투병 끝에 떠나보낸 어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앨범이다. 형언할 수 없는 절망과 폐허 속에서 탄생한 노래들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이 앨범과 이 아티스트를 쉽사리 판단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를 만나봤다.
<다음은 카코포니와 일문일답>
Q: ‘카코포니’(cacophony)는 불협화음이라는 뜻인데, 특별히 이렇게 지은 이유는.
A: 불협화음이기는 하지만 불협화음이라고 이름 붙이는 순간, 그것이 맞든 틀리든 존재하는 것이 된다. 나는 음악을 정식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인지, 기존 음악의 입장에서 보면 틀린 부분도 참 많다. 그래도 나는 ‘이런 음악을 하고 싶고, 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이름 지었다.
Q: 반면, 앨범 명은 화목하다의 ‘和’이다.
A: 말 그대로 불협화음이 조화로움을 노래한다는 의미이다. 엄마가 올해 4월 16일에 돌아가시면서부터 무언가에 홀린 듯 음악 작업을 했다. 아마 감당할 수 없는 감정들을 다 쏟아 내기 위해 음악이라는 수단을 사용한 것 같다. 9곡은 전부 엄마에 대한 곡으로, 완벽하지 못하고, 뒤틀린 내가 아름다움으로 향하고 싶었다. 물론 각각의 곡에게도 의미를 부여했지만, 나는 9곡이 모인 앨범 전체가 이러한 극복의 방향성을 가지게 하고 싶었다.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나는 엄마의 죽음으로부터 역설적으로 삶의 의지를 찾았다. 나는 죽음 앞에 무력한 존재 앞에서 내 삶의 귀중함을 죄스럽게 깨달았다. 나는 이 과정을 이번 1집 총 9곡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다. 개별 곡들도 하나 하나 의미가 있지만 이 9곡 전부를 순서대로 들었을 때,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기를 바랐다. 더 나아가 뮤직비디오에도 이 방향성을 적용하고 싶었다.
Q: 노래뿐만 아니라 `로제타` 뮤직비디오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A: 나는 죽음에서 삶으로 전환되는 방향성이 단테 ‘신곡’의 구성인 지옥-연옥-천국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음으로부터 시작한 내 음악의 무대는 ‘지옥’이어야만 했다. 지옥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장치들을 넣는 것보다도, 색을 사용하는 것이 더 직관적이고 강렬할 것이라 판단했다. 뮤직비디오의 색감이 윌리앙 아돌프 부그로의 ‘지옥의 단테와 베길리우스’와 닮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붉게 져가는 태양의 빛을 붙잡고 싶기라도 하듯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나의 모습을 비현실적인 조명을 통해 연극적 과정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단테가 천국을 가기 위해 지옥을 여행하듯, 나는 삶을 살기 위해 죽음을 여행해야 했다. 죽음의 무대로 빌린 지옥의 배경에서, 삶을 억압하고 더럽혔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악한 모든 것을 대변하는 장치로, 가톨릭 대사전의 ‘7대죄’를 빌려왔다. 7대죄는 ‘사람이 자기 자신의 뜻에 따라 지은 모든 죄’(peccatumproprium)의 근원이 되는 일곱 가지 죄로, 탐욕, 나태 질투, 식탐, 분노, 교만, 색욕이 이를 구성한다. 이 뮤직비디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들과 같이 작업을 했다. 위에 얘기한대로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냈고 만들어냈다.
Q: 타이틀곡이 `로제타`와 `white`인데, 1번곡인 ‘숨’도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A: 조금 신기하다. ‘숨’이 인기가 많을 줄 몰랐다. 악기 구성이나 곡 구성이 특이해서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좋아해주셔서 이번주에 급하게 뮤직비디오를 찍을 예정이다.
Q: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A: ‘사랑’이다. 나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문제가 사랑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잊고, 서로 미워하며 산다. 나는 모든 음악에 사랑을 담고 싶고, 내 음악이 사람들의 깊은 곳을 건드렸으면 한다. 가사나 멜로디도 사랑과 아름다움의 틀 안에서 최대한 솔직 하려고 노력한다.
Q: 다음 앨범은 언제 발매할 계획인가.
A: 다음 앨범 곡 리스트는 벌써 거의 정해졌다. 그러나 좀 더 성장의 시간을 가지고 음악 작업에 들어가려고 한다. 정규앨범은 아마 내년 이맘때쯤 내지 않을까. 그전에 싱글을 낼 수도 있고. 잘 모르겠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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