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준 기자의 알투바이오] 13조 치매 치료제 시장 열리는데…'걸음마'

양재준 선임기자

입력 2018-10-18 10:29   수정 2018-10-18 16:51

<알투바이오는 `알고 투자하자 바이오`의 준말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선언하고 치매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앞다퉈 치매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치매를 정복한 치료제는 없는 실정입니다.
<현존하는 약물(치료제)들은 대부분 치매 증상을 더디게 하는, 즉 병증 악화를 늦추는 약들입니다.>
올해 초 다국적 제약사인 미국계 화이자를 비롯해 지난해 독일계 베링거인겔하임이 치매치료제 임상시험을 포기하면서 `기억을 찾기 위한 인간의 노력`도 물거품이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완전한 임상시험의 실패는 아닙니다만, 어찌 됐던 기대감이 무너진 것은 사실입니다.
알투바이오에서는 치매 정복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연구와 함께 국내 치매치료제 개발(아직은 복제약 수준)에 대해 집중 조명할 예정입니다.

▲ 아리셉트 독주속 엑셀론, 라자딘 `추격`
치매의 경우 대표적으로 크게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파킨슨병 증상을 동반하는 루이소체 치매, 혈관성 치매(뇌졸중 등 영향)로 나뉘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이로 인해 신경세포가 손상을 받으면서 발생, 진행되는 질환입니다.
루이소체 치매는 신경세포내 비정상적으로 인산화된 신경섬유 단백질이 문제로 발생하는데, 파킨슨병과 비슷한 보행 장애와 떨림 등이 나타납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치료제는 대부분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맞춰져 있습니다.
아리셉트(성분 도네페질 염산염)의 경우 일본 에자이가 개발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종근당이 올해 판권을 가지고 와서 판매, 유통을 담당하고 있고, 국내에서 연간 600억원 정도 팔리고 있습니다.
그 뒤를 이어 노타티스의 엑셀론(성분 리바스티그민)과 얀센(존슨앤존슨)의 라자딘(성분 갈란타민)이 처방되고 있습니다.
이들 약들은 경증이나 중증도의 치매에 처방되기는 하나, 병증의 지연에 쓰일 뿐 낫는(회복) 약은 아닙니다.
의료계에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약 50% 가량 되며, 루이소체 치매가 약 15%~20%가량 되지만, 루이소체 치매의 경우 진단비율이 1%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알츠하이머 치매로 오진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다국적 제약사 무덤이 된 `치매치료제` 개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치매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3조5,000억원에서 오는 2024년 13조5,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입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생명연장을 위한 인류의 노력으로 점차 세계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데요.
다국적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와 MSD, 화이자, 베링거인겔하임도 `베타 아밀로이드`를 겨냥해 개발하던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료학회에서는 또다른 이슈가 제기됐는데요.
베타 아밀로이드의 억제를 통해 중증도 이상의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늦추지는 못했지만, 치매 초기 단계(경도 인지단계)에서는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들이 많습니다.
예병석 연세의료원 세브란스 신경과 교수는 "화이자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치매 초기 단계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났다"며 "이를 토대로 재임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치매 발생 초기부터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치매 진행과 치료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제약업계에서는 아스피린이나 자이데나 같이 초기부터 꾸준히 복용하면서 질환을 예방하는 약들이 있기는 합니다.(용량을 낮추는 대신 주기적으로 반복 복용)
현재 기대되는 것은 일본 에자이(아리셉트 개발사)와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중인 치매 치료 신약후보물질(BAN-2401)이 임상2상에서 효과를 입증하고 임상3상 진입을 준비중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개발사들의 현 주소는 어떨까요?
▲ 복제약 패취제 또는 `베타 아밀로이드` 연구에 집중
국내 치매 치료제 시장은 솔직히 황야와 같은 상황인 게 맞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아리셉트와 엑셀론, 라자딘의 1강 2중 체제속에 아리셉트와 엑셀론 복제약들이 일부 시장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아리셉트 50%, 엑셀론과 라자딘 35%, 나머지 복제약(국내사) 15%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아리셉트(성분 도네페질)와 엑셀론(성분 리바스티그민)의 복제약 아니면, 파스처럼 붙이는 패취제 개발 정도 수순입니다.
현재 노바티스와 SK케미칼은 엑셀론 패취제 개발을 놓고 치열하게 법적 공방이 한창입니다.
<항소심(2심)에서는 SK케미칼이 승소했습니다. SK케미칼의 경우 백신 뿐 아니라 패취제 분야에서도 제약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과거 골관절염 치료제 `트라스트` 아시죠? 이게 SK케미칼 의약품입니다.
또, 올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아이큐어를 비롯해 보령제약과 대웅제약이 `아리셉트`를 기반으로 한 패취제를 개발중입니다.
글로벌시장에서는 미국 코리엄(Corium Pharmaceuticals)이 `아리셉트` 패취형 치료제 개발을 이미 완료하고 시판을 진행중입니다.
코리엄사는 최근 헬스케어펀드(GPC)로 지분 전량을 매각했는데, 이 때 약 6,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퍼스트 무버의 가치도 인정받은 것이라 사료됩니다.)
패취제가 아닌 치료제 연구 개발도 한창 진행중입니다.
▲ `빅 파마`(Big Phama) 실패한 임상, 국내는 성공할까?
국내에서는 메디포스트, 차바이오텍,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환인제약, 대화제약, 명문제약 등이 관련 연구개발에 적극적입니다.
메디포스트는 `뉴로스템`의 국내 임상 1상과 임상 2a상을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진행하고 있고, 동아에스티는 미국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에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DA-9803`을 양도하는 계약도 맺었습니다.
일동제약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 후보물질 `ID1201`의 국내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고, 차바이오텍도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CB-AC-02`의 국내 임상 1상과 임상2a를 진행중입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화이자를 비롯해 일라이 릴리, MSD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잇따라 실패한 `베타 아밀로이드` 저해(억제)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 제약 바이오기업들이 모두 다 `베타 아밀로이드` 억제와 저해에 맞춰져 있습니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주성분으로, 알츠하이머병에 결정적으로 관여하는 36-43개의 아미노산 펩타이드를 말하는데요.
베타 아밀로이드가 우리 뇌에서 신경세포를 공격하는데, 이를 억제(제거)해도 뇌신경세포가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는 게 지금까지 다국적 제약사들의 임상시험 결과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임상2상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는 큰 기대보다는 `관심` 정도만 가지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또, 임상1상 시험 결과가 나오지 않은 제약·바이오기업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기에 상용화까지 10년 정도는 족히 걸릴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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