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PC방 아르바이트생 피살사건과 관련 피의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 수가 6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물을 변별하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강력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범인의 형량을 낮춰주는 `심신미약 감경`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는 손님 김 모(30) 씨가 아르바이트생 신 모(21) 씨를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번 사건은 단순하고 우발적인 살인사건으로 보였지만 온라인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오며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한 언론은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를 공개하며 김씨의 동생이 아르바이트생의 팔을 붙잡는 등 범행을 도왔다는 의혹을 제기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의혹이 커지자 경찰은 해명에 나섰다. 경찰은 전체 CCTV 화면과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을 때 동생이 범행을 공모했거나 방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체적인 CCTV 영상을 분석해보면 동생이 흉기를 휘두르는 형의 몸을 끌어당기는 등 동생이 형의 범행을 도왔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다수 발견된다는 것이다.
경찰은 초동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앞서 김씨는 신씨와 서비스 불만과 요금 환불 문제로 PC방에서 시비가 붙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다툼을 말리고 철수했지만, 김씨는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범행을 저질렀다.
결과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지만, 환불 문제 등을 이유로 시비가 붙었다고 해서 김씨를 체포할 법적 근거도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18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경찰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고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튿날 사건을 수사하는 강서경찰서를 방문해 수사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엄중한 수사를 지시했다. 또 피해자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형제가 범행을 공모했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면서도 "의혹이 제기된 부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 김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에 삭제된 메시지가 있는지 살펴 공모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서다.
또 김씨가 우울증을 앓았다며 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심신미약 감경`을 두고 부정적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심신미약` 범죄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글이 등장했다. 이 청원글은 20일 오후 2시 30분 현재 청원 서명자가 66만 명을 넘어섰다. 이 밖에도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심신미약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 글이 쇄도하고 있다. 심신미약이 흉악범에 대한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되는 취지다.
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흉악범들이 형량을 낮출 목적으로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서 형량을 낮춰주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며 "아마도 정신감정의 신빙성과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불신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곽 교수는 "과학적이고 엄격한 진단을 거쳐 정신감정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법원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할지에 대한 세밀한 법 제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속된 김씨는 오는 22일 공주의 치료감호소로 보내져 약 한 달간 정신감정을 받게 됐다. 이는 피의자의 정신 상태가 어떠한지 판단하기 위해 일정 기간 의사나 전문가의 감정을 받도록 하는 감정유치 제도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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