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으로 저평가받는 韓증시…"체질개선 적극 나서야"

김보미 기자

입력 2018-10-31 15:00  


국내증시가 20~30년 넘게 만성적으로 저평가받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체질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1일 "국내 증시의 저평가 원인은 지배구조 이슈와 특정 업종의 이익 쏠림 현상 등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추락하는 한국증시 대진단 정책토론회-한국증시 저평가의 원인과 대책`에서 "이달 국내 증시의 급락은 글로벌 현상 가운데 하나이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4%, 23% 하락하는 등 유독 한국증시가 부진한 데에는 다른 이유가 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배구조 문제를 지목하면서 "한국 재벌은 소규모의 지분으로 기업집단을 지배해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으로 일감을 몰아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반도체와 화학 업종에 이익이 쏠리는 현상도 문제"라며 "이들 업종은 이익 급증을 이끌었지만 동시에 이익 부침이 심한 산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국내 기업들의 낮은 배당성향, 한국 가계가 주식 투자에 대한 집단적 성공 경험이 없어 주식을 외면한다는 점, 국내 기관 투자자의 미미한 영향력, 높은 중국 경제 의존도와 미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도 국내 증시가 저평가되는 요인으로 분석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현재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 26일 종가 기준 0.87배"라며 "절대적인 저평가 권역에 근접했다는 의미로 길게 보면 저평가 메리트가 커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 가계가 고점에서 시장에 진입해 손실을 봤던 과거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기회"라고 강조했습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증권 전무 역시 "국내 증시가 개도국에 묶여있기 보다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도록 한 단계 레벨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 전무는 "중국이 MSCI신흥국지수에 포함되면서 중국 비중이 늘어나는 한편, 한국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며 "한국이 개도국 증시에 계속 남을 경우 해외 자금은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고 향후에 인도 마저 MSCI신흥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국내증시의 비중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 원인에는 `한국 시장`이라서라기보다는 신흥국에 연동된 패시브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봐야한다"며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을 잡기 위해서는 MSCI선진국지수로 편입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자리에서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비중 축소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 회장은 최근 우리 자본시장 현황과 관련해 "중국의 MSCI 신흥국지수 편입에 따라 국내시장 비중은 기계적으로 축소될 우려가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주식비중 축소가 합리적인 계획인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요 증권사·자산운용사 사장단 긴급회의에서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수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은 이에 대해 "국민연금기금은 장기적인 운용방향에 따라 투자를 하고 있다"며 단기 급락에 따른 국내 주식 투자 비중 확대가 힘들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습니다.
이 실장은 "금융당국이나 정책 입장은 이해하지만, 국민연금기금은 경제 정책에 의해서 움직이지 않고, 장기적인 운용방향에 따라 투자한다"며 "국민연금기금 규모가 워낙 큰 만큼,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장기 운용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민연금기금은 장기 목표에 따라 국내 주식을 줄이고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국민연금은 장기 목표를 가지고 위험자산을 늘리게 됐으며,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 글로벌 투자에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해외의 다양한 위험자산에 분산투자했고, 국내 투자를 줄이는 의사결정을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또 "국민연금기금 운용원칙 중 공공성이 있고, 국내 시장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운용하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며 "공공성 원칙에 의해 장기계획을 가지고 국내 투자를 줄이고 있는데,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마찰점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이 실장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하락에 따라 기계적인 로스컷(Loss cut)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아주 옛날에는 기계적인 로스컷이 있었으나 지금은 주가가 내려갔다고 해서 강제 매도를 하지는 않는다"며 "주식 매니저의 판단에 의해 매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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