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기업공개(IPO) 성수기로 새내기 기업들의 증시 입성이 몰렸었는데요.
하지만 올해는 폭락 장에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여기에 매년 발생하는 병목 현상에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팽배해 일부 기업들은 IPO 연기를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민재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증시 불안에 IPO를 내년으로 연기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상장 준비 기업 관계자
"연내에서 하지 않을 공산이, 최근 입장에는 연내는 안 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스피가 올 초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한 상황에서, 첫 주가 성적표부터 낙제점을 받을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과 10월 신규 상장한 기업 중 공모가 대비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27%로 저조했고 시초가와 비교하면 9%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매년 반복되는 연말 IPO 병목 현상도 발목을 잡습니다.
이번 달 IPO 기업들의 수요 예측이 한 주당 7개사 이상 몰리는 `슈퍼 위크`가 예정돼 있어 경쟁률과 공모가 선정 결과가 부진할 우려가 큽니다.
지난 달 프라코가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받지 못해 상장을 철회한 바 있습니다.
연내 코스닥 상장 100개를 확신했던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IPO 기업 수는 물론이고 규모에서도 최대어들의 일정 연기로 미흡하단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상장한 기업 공모 금액은 지난해 8조원의 4분의 1로 줄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활성화 정책 약발이 미미한 데다 감독 기관은 IPO 회계를 더 깐깐하게 보고 있는 반면, 한국거래소는 상장 문턱을 낮춘 소위 `정책 엇박자`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일부 기업들은 내년 IPO를 기약하고 있지만 이마저 좋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국내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 둔화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증시 발목을 계속 잡을 수 있는데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도 미중 무역전쟁 이슈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단 의견이 우세합니다.
또 어제(1일) 발표한 자본시장 혁신과제에서 내년 상반기부터 IPO 물량의 80%를 상장 주관사가 자율 배정하게 되는데 투자처가 다양해질 수 있지만, 기존에 하이일드와 코스닥 벤처펀드에 각각 10%, 20% 배정되던 공모주에 인센티브가 줄 가능성이 높아 IPO 수급에 변화가 예고됩니다.
연말 활기를 기대했던 IPO 시장이 패닉장에 얼어붙은 가운데, 마땅한 묘안이 없는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시름이 깊습니다.
한국경제TV 이민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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