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사태를 미리 막을 순 없었을까요.
금융당국의 발 빠른 대처가 있었다면 가능했을 텐데요.
의혹부터 결론까지 2년이나 걸린데다, 그 동안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꾼 금융당국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민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 회계를 저질렀다고 힘줘 말하기까지 2년 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김용범 금융위 증선위원장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 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 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하면서 이를 '고의'로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문제는 그 동안 바이오와 관련 산업, 회계 업계와 주식 시장은 불확실성에 휘청였단 겁니다.
금융당국이 첫 번째 기회를 놓친 건 지난해 초 입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시민단체 지적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의혹이 불거져 나오자 진웅섭 전 금감원장은 문제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회계사협회는 해당 내용을 검토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한국거래소와 금감원은 앞선 기관에서 지적을 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공개(IPO)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거래소는 해외 IPO를 막는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문턱 낮추기를 먼저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랬던 정부가 정권이 바뀌자 돌연 분식 회계에 날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금융당국의 모습에 신뢰가 가지 않는단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1년 간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조사를 하고 이를 발표한 과정에서도 시장에 먼저 알린 것을 두고 당국 간 엇박자로 혼선이 발생했습니다.
금융위 감리위와 증선위 논의 과정에서는 투명성 논란으로 진통을 겪은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난 6월 증선위에서 조치사전통지안이 보류되는데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단독으로 볼지, 공동으로 볼지 명확히 하지 않은 게 발목을 잡았습니다.
금감원 조사에 빈틈이 있어 그나마 조기에 해결할 수 있었던 기회마저 놓쳤다는 평가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성'을 입증할 자료를 입수한 시점과 이후 처리 과정, 또 이를 미리 확보하지 못한 점도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인터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금융당국이 시장의 경고에 대해서 제대로 반응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 했더라면 일이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커지는 상황까지는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회계 법인들이 오히려 공모를 한 상황까지 드러나고 관리 감독해야 하는 금융위가 엉뚱한 행위를 보면서도 방치한 것으로."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를 키운 것 아니냐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
제2의 고의 분식회계가 발생할 경우, 금융당국이 미리 또는 가능한 빨리 해결 할 수 있을지, 또 정권에 따라 입장이 바뀌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을 믿어도 되는 것인지 불안과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이민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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