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세계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별세했다.
현지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오랜 기간 투병해온 베르톨루치 감독이 로마에서 숨을 거뒀다고 26일(현지시간) 전했다. 향년 77세.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년), `마지막 황제`(1987년), `1900년`(1976년), `몽상가들`(2003년) 등으로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른 베르톨루치 감독이 숨을 거둠으로써 20세기 중반 스크린을 수놓은 마지막 영화 거장이 무대 뒤로 사라졌다고 라 레푸블리카는 논평했다.
청나라 마지막 황제의 운명을 그린 `마지막 황제`로 1988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9개 주요 부문을 휩쓴 그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유일한 이탈리아 감독이기도 하다.
1941년 이탈리아 북부 파르마에서 유명한 시인 이틸리오 베르톨루치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당대 주요 문화계 인사들과 활발히 교류하던 부친의 영향으로 유년 시절부터 윤택한 문화적 토양에서 성장했다.
영화에 전념하기 위해 로마 `라 사피엔차 대학교`를 중퇴한 그는 아버지의 친구였던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본격 입문했다.
이후 1962년 `냉혹한 학살자`가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의 영화 인생에서 할리우드 명배우 말론 브란도와 마리아 슈나이더 주연으로 찍은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빼놓을 수 없다.
허무주의가 짙게 배어있는 이 작품은 베르톨루치가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한 것으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맹목적으로 섹스를 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담아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모았다.
이 영화는 세월이 한참 흐른 뒤인 지난 2007년 여주인공이던 슈나이더가 영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간 장면을 합의 없이 찍었다고 밝히며 다시 한 번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영화 촬영 당시 19세이던 슈나이더는 당시 48세였던 브란도에게 영화 속에서 실제로 강간을 당한 것처럼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인터뷰 장면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논란과 비난이 이어지자 베르톨루치 감독은 2016년 "동의가 되지 않았던 부분은 강간 장면 자체가 아니라, 이 장면에서의 버터 사용 여부였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10대 청소년들의 방황을 담은 영화 `이오 에 테`(너와 나)로 녹슬지 않은 감각을 과시한 그는 말년에는 지병으로 몇 년 동안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07년에는 그간의 공적을 인정받아 베니스영화제 특별상인 명예 황금사자상, 2011년에는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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