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낙태 합법 논란…한해 美중서부 여성 5천500명 '원정 낙태'

입력 2018-12-01 19:07  


보수성향의 미국 중서부 주(州)들이 낙태 규제를 강화하면서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절 수술을 받기 위해 주 경계를 넘는 여성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일리노이주 보건부가 공개한 `2017 낙태 통계 보고서`(Illinois Abortion Statistics 2017)에 따르면 지난해 임신 중절 수술을 받으려고 인근 주에서 일리노이주를 방문한 여성은 무려 5천52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4천543명보다 약 1천명 늘어난 수치다. 일리노이주 낙태 수술 건수는 2016년 3만8천382건에서 2017년 3만9천329명으로 늘었다.
일리노이주는 여성들의 낙태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지난해 저소득층 의료비 보조 제도인 `메디케이드`(Medicaid) 수혜 대상과 공무원들의 낙태 시술 비용을 주 정부가 부담하는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일리노이주에서 임신 24주 이전 낙태는 합법이며, 의학적 문제가 있으면 24주 이후에도 합법적으로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일리노이와 인접한 아이오와, 인디애나, 위스콘신주는 낙태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이다.
아이오와 주의회는 올 초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째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인디애나주도 유전적 결함을 지닌 태아의 낙태까지 금지한 초강력 낙태 금지법을 제정했다가 지난해 법원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아이오와, 인디애나, 위스콘신주는 현재 임신 20주 이후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낙태 권리 옹호단체 `하트랜드 가족계획협회`(PPH)는 "낙태 규제가 강화되고, 관련 의료기관에 대한 주 정부 재정 지원이 대폭 축소되면서 여성들이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 시술을 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그렇다 보니 낙태를 위해 주 경계를 넘는 여성들이 늘고 있고, 시카고 일원에는 `미드웨스트 액세스 연합`(MAC) 등 이들에 대한 숙식과 경비 지원을 목적으로 내건 비영리단체까지 생겨났다.
이와 관련 태아 생명권을 옹호하는 `일리노이 살 권리`(IRL) 측은 "일리노이주가 태아 보호와 관련, 퇴행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서 "낙태를 재고려하게 하는 것이 주민들을 위해 더 바람직한 일"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CSF) 연구진은 최근 보고서에서 "다른 지역과 비교해 미 중서부 지역에 낙태 전문 클리닉 수가 현저하게 적고, 그나마도 주별 격차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작년 초 기준 일리노이주 낙태 전문 클리닉은 20여 곳. 가임기 여성 12만135명당 1개꼴이다. 반면 위스콘신주 낙태 전문 클리닉은 단 3곳으로 가임기 여성 42만3590여 명당 1개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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