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구축하기 위해 쏘아 올린 위성의 궤도가 잘못돼 뜻하지 않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입증하는 새로운 증거를 확보했다.
11일 유럽우주국(ESA)과 사이언스뉴스(ScienceNews)를 비롯한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유럽 위성항법장치인 `갈릴레오망`을 만들려고 발사한 24대의 위성 중 5, 6호 2대가 궤도에 정확하게 안착하지 못하고 타원형 궤도를 돌게 됐다. 위성을 실은 소유스 상단 로켓의 오작동으로 잘못된 궤도에 올랐다.
이 위성들은 지구를 원으로 돌지 않아 당초 목적인 GPS 위성으론 무용지물이 됐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제시한 중력이론이 맞는지를 실험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이 됐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에 의해 시간과 공간이 왜곡될 수 있다고 했으며, 이 위성들의 타원형 궤도는 중력이 강해질수록 시간이 더디게 간다는 부분을 실제 확인할 수 있는 뜻밖의 실험장치가 된 것이다.
이 위성들은 지구를 13시간에 걸쳐 타원형 궤도를 돌면서 지구와의 거리가 약 8천500㎞가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이는 그만큼 지구의 중력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을 의미하며 위성에 탑재된 원자시계의 시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통해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이 맞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원자시계는 1초를 세슘-133 원자가 91억9천263만1천770번 진동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갈릴레오 5,6호에는 수소원자의 진동수를 이용하는 PHM 원자시계가 탑재됐다. PHM은 300만년에 1초 오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3천년에 1초 정도 틀리는 세슘 원자시계보다 더 정확하다.
그 결과, 편차는 약 370ns(나노초·1ns=10억분의 1초)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추적 2개 연구팀이 과학저널 `물리학 리뷰 회보(Physical Review Letters)` 최신호에 일반 상대성 이론의 예측과 일치한다는 연구결과를 실었다.
중력에 의한 시간 왜곡 현상은 1959년 지상 실험으로 처음 확인됐지만 정확도는 지금보다 훨씬 낮았다. 1976년에는 `그래비티 프로브(Gravity Probe) A` 에 원자시계를 실어 우주로 발사해 지상의 원자시계와 비교하는 실험도 했지만 이번 위성을 통한 실험이 당시보다 5배나 정확한 것으로 지적됐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