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다한 이야기] 90%대 취업률은 옛말…'고졸 신화' 대 끊길라

입력 2018-12-24 16:01   수정 2018-12-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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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재계에서는 ‘고졸 신화’라는 말이 회자됐다.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 인사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역대 대통령 중 3명이 상고 출신이고 얼마 전까지 경제부총리를 지낸 인물도 상고를 나왔다. 그런데 수십년간 고졸 신화를 써 내려온 직업계 고등학교가 요즘 아프다. 탈이 나도 단단히 났다.
발단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 음료 제조 공장에서 일을 하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작업 중 기계 고장으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었다. 연이은 현장실습 사고로 교육부는 급기야 현장실습 폐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학생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지만 방문하는 학교마다 현장실습을 재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직업계고의 가장 큰 매력은 졸업 후 바로 취업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성적이 좋지 않거나 불량한 학생이 들어가는 학교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자란 요즘 중학생들은 본인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일찍 시작하고 소신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실습 폐지가 취업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조기 취업을 원했던 학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지역의 한 특성화고는 신입생 30명을 모집하는 특별전형에서 단 한명의 지원자도 확보하지 못하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90% 대의 막강한 취업률을 자랑하던 마이스터고마저 취업률이 떨어졌다는 소문에 교육부가 따로 보도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특성화고에 비해서는 아직 건재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마이스터고 취업률도 담보 못한다는 우려가 계속 되고 있다.
여기에 고교 학점제도 일반고에 앞서 직업계고에 먼저 도입된다. 하락하는 취업률에, 신입생 미달에, 고교 학점제 준비까지 교사들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일선 교육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인기가 시들어 가고 있는 직업계고는 사실 꼼꼼히 들여다볼수록 매력적인 곳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산업 역군, 기술 인재를 키워냈고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IT 강국이 되는데 발자취를 함께 했다.



직업계고에 다니는 학생들은 사교육을 거의 받지 않는다. 학교에 실습 장비와 시설이 완비돼 있어 학교만큼 배우기 좋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내신을 쉽게 따려는 학생들에게 악용되는 사례가 있지만 대학에 갈 때도 선택의 폭이 넓다. 특성화고 전형이 폭넓게 열려 있고 취업을 먼저 선택했다면 후 진학 기회도 다양하다. 몇 몇 기업은 사내대학을 두고 아예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갖춰 놨다. 남학생의 경우 회사에 다니면서 병역 의무를 해결할 수도 있다.
유치원 비리 문제, 대입제도 개편, 최근 강릉 펜션 사고로 인한 수능 이후 학생 관리 등 교육부가 해결해야할 일이 산적해 있다는 것에는 대부분 공감한다. 교육 현장 곳곳이 멍들고 아프다고 해서 당장 처방이 필요한 중증의 직업계고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이끌어 나갈 핵심 인재들이 직업계고를 통해 배출되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교육부가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 ‘매직(매력적인 직업계고)’을 체계화하고 구체화해야할 때다.
현장실습이 원인이라면 직업계고 조기 취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를 고안하고 학생 미달이 우려된다면 직업계고만의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공고, 상고, 농고, 정보고 등에 머물지 않고 서비스업부터 콘텐츠 창작자까지 전공을 확대해 학생들이 서로 들어가려고 경쟁하는 현상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교육부가 아픈 직업계고를 위해 할 수 있는 ‘매직’이다.


하이틴잡앤조이 1618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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