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를 우려한 미국 정부의 요청에 중국 HNA(海航·하이항) 그룹이 상당한 손해를 보고 뉴욕 맨해튼 빌딩을 매각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HNA 그룹은 지난 2016년 약 4억6천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해 구매한 후 미국 본사 건물로 사용해온 뉴욕 맨해튼 3번가의 21층 빌딩을 최근 뉴욕의 한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4억2천200만 달러로, HNA 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4천100만 달러(약 460억원) 손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HNA 그룹이 손해를 무릅쓰고 빌딩을 팔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미국 정부의 매각 요청 때문이었다.
HNA 그룹이 이 빌딩을 사들인 지 수개월 후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차이나 머니`를 극도로 경계했고,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를 내세워 중국기업의 미국 투자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미 의회도 지난해 8월 외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를 심사하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강화해 중국 자본에 대한 방어벽을 단단하게 세웠다.
당시 미 의회의 법 개정으로 CFIUS는 외국인 투자자가 사들인 미국 내 부동산이 미국 정부 건물이나 군사시설에 너무 가까울 경우 이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받았다.
이후 CFIUS는 HNA 그룹의 뉴욕 빌딩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이 빌딩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트럼프 타워에 가까운 데다가 이 빌딩에 트럼프 타워의 보안을 책임지는 뉴욕경찰국 제17분구가 입주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CFIUS는 HNA 그룹에 이 빌딩의 매각을 요청했고, HNA는 `울며 겨자 먹기`로 손해를 감수하며 빌딩을 팔 수밖에 없었다.
SCMP는 "HNA 그룹은 미·중 갈등의 또 다른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며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해 중국기업의 미국 투자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M&A) 규모는 30억 달러에 그쳤다. 이는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가 절정에 달했던 2016년의 533억 달러에 비교하면 95% 줄어든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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