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성폭력 저항 운동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초기 확산에 기여한 미국 여배우 애슐리 저드가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을 상대로 낸 성희롱 소송이 기각됐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방법원의 필립 구티에레즈 판사는 직업적 관계 내에서 벌어진 성희롱을 다루는 캘리포니아 주(州) 법률이 이번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저드는 지난해 4월 와인스틴을 상대로 성희롱 및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면서 와인스틴이 지난 1997년 영화 캐스팅에 관한 미팅에서 자신에게 성적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이런 행위는 업무, 서비스, 직업적 관계에 있는 사람의 성희롱을 금지한 캘리포니아 주법을 위반했다는 게 저드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배우와 영화 제작자 사이의 관계는 이 법률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구티에레즈 판사는 판단했다. 구티에레즈 판사는 지난해 9월에도 "이 법률은 미래의 고용인에 대한 고용주의 성희롱에 적용된 적이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구티에레즈 판사는 이날 기각 결정이 성희롱이라는 용어의 "일상적인 의미"에서 저드가 와인스틴에게서 성희롱을 당했는지 아닌지를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티에레즈 판사는 저드가 와인스틴의 명예훼손에 대한 민사 소송은 계속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저드가 작년에 낸 소장에서 와인스틴의 성적 요구를 거절한 것이 배우 활동에 관한 보복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 것을 가리킨 언급이다.
소장에 따르면 저드가 와인스틴의 성적 요구를 거절한 지 1년 뒤인 1998년 훗날 세계적인 흥행 영화가 된 `반지의 제왕`을 준비하던 피터 잭슨 감독이 자신을 캐스팅하려 했으나, 와인스틴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저드의 평판을 깎아내림으로써 없던 일이 됐다.
당시 와인스틴은 잭슨 감독에게 "저드는 함께 일하기에 악몽 같은 배우"라고 헐뜯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와인스틴 측은 "와인스틴은 잭슨의 캐스팅에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지난 30년 가까이 할리우드를 쥐락펴락하던 와인스틴은 유명 여배우는 물론 회사 여직원 등을 상대로 부적절한 행동을 해 왔다는 의혹이 2017년 10월 불거지면서 미투 운동이 본격적으로 촉발됐다. 저드는 와인스틴의 초기 고발자 중 한 명이다.
와인스틴은 두 명의 다른 여성에 대한 성폭행 등 총 5건의 혐의로 기소돼 오는 5월 뉴욕에서 재판에 회부될 예정이다.
와인스틴 측은 모든 성폭력 의혹을 부인하며 성적 접촉이 모두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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