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에 여행을 가는 전 세계 관광객 대부분이 필수 코스로 들러 등 뒤로 동전을 던지며 행운과 연인과 만남 등을 바라는 곳이 저 유명한 트레비 분수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로마시는 트레비 분수에 던져지는 연간 150만유로(약 19억3천만원)의 세계 각국 동전을 오는 4월부터 시 예산으로 귀속시킬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3일 보도했다.
특히 그동안 이 동전은 가톨릭 자선단체인 카리타스가 기부를 받아 노숙자와 생계가 어려운 가정을 지원하는 데 썼으나, 앞으로는 시가 문화재 보존과 사회복지프로그램 운영에 사용하게 된다.
로마 사상 첫 여성 시장인 비르지니아 라지(40)는 빠듯한 재정 형편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고 지난 2017년 말 동전 활용 방안을 처음 추진했다가 교회 등의 반발에 부닥쳐 실행을 미뤄왔다.
매일 4천유로(약 515만원)가 쌓이는 이 동전을 2001년부터 기부받았던 가톨릭계는 동전이 조만간 시예산으로 귀속되는 것에 대한 반발과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발간하는 가톨릭계 신문 아베니레는 지난 주말 머리기사에서 로마시가 빈곤층으로부터 돈을 빼앗는 격이고, 시의 관료주의적 행정은 `가난한 자들의 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시의회가 지난해 말 이를 승인한 가운데 동전들이 교회로 귀속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나왔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그 동전은 모든 사람의 것이고, 속세에서 나오는 것이다. 종교 기관에 그 돈을 주는 것은 그렇게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1732년 당시 로마 교황 클레멘스 12세때 조성된 트레비분수는 18세기 이후 로마 상징 중 일부이자 세계 관광객들이 반드시 찾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동전을 던지는 풍습은 1954년 미국 영화 `애천`(愛泉·Three coins in the fountain)에서 로마에 온 세 명의 여인이 동전을 던지면서 로마에 다시 오는 것과 인연을 만나는 행운 등을 바라는 장면이 나온 뒤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1960년 제작한 달콤한 인생이라는 뜻의 영화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에서 스웨덴 출신의 글래머 배우인 아니타 에크베르그가 검은 드레스를 입고 뛰어든 장면이 나온 뒤 트레비 분수는 더욱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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