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중앙은행 '숨고르기'...금리인상 늦춘다

입력 2019-01-27 19:53  

지난해 경기 회복세에 통화정책 정상화 시동을 걸었던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급격히 악화한 글로벌 경기 전망에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미국 경기 호조를 바탕으로 기준금리 인상 선봉에 섰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미 올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고, 다른 선진국과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더 분명하게 긴축 기조에서 한걸음 물러섰다.

지난해 12월 연준은 연간 4번째로 연방기금 금리를 올리면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예상을 정리한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올해 인상 횟수를 기존(3차례)보다 적은 2차례로 제시했다.

이후 올해 글로벌 경기에 대한 급격히 확산하고 시장이 극심한 불안감을 보이며 동요하자 수장들이 직접 입을 열어 상황을 지켜보며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중순 미국의 경제 지표가 탄탄하다고 재확인하면서도 "인내하면서 끈기 있고 주의 깊게 지켜볼 수 있다"며 관망 기조를 강조했다.

시장의 관측도 급격하게 바뀌었다.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를 4차례로 전망했던 미국 대형 투자은행 JP모건의 예상치는 2차례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연준이 금리 인상 자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유자산 축소를 조기에 종료함으로써 애초 예상보다 큰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보다 경기 둔화세가 더 뚜렷하거나 전망이 어두운 지역의 중앙은행에서는 좀 더 직접적인 신호가 나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로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했지만, 제로 금리는 최소한 올해 여름까지는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ECB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지난 24일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경제성장 전망에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포함해 경제적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드라기는 그보다 앞서 한 유럽의회 연설에서도 "유로존의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약하다"며 "역내 물가 부양을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부양적인 통화정책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JP모건은 ECB의 첫 금리 인상 시기 전망을 9월에서 12월로 늦추면서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의 3번이 아닌 2번으로 낮춰 예상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1%, 국채 10년물 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을 뿐 아니라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을 기존 1.4%에서 0.9%로, 2020년도는 1.5%에서 1.4%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 3개월 만에 5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캐나다 중앙은행의 태도는 180도 돌변했다. 이달 10일에도 기준금리는 1.75%로 동결됐다.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블룸버그TV와 한 인터뷰에서 최근 둔화한 캐나다 주택시장과 무역갈등, 국제유가 약세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면서 금리 결정은 "이런 충격에 (캐나다) 경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도 이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현재의 통화정책이 옳고 당분간 이를 계속할 것"이라며 시장이 흔들리는 시기에 안전자산으로 선호되는 통화인 스위스프랑의 상방 압력에 대응해 외환시장에 통화 개입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인 요구불 예금금리는 -0.75%로,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낮다.

요르단 총재 역시 "정치적 실수들이 최대 근심거리"라며 미·중 무역 전쟁과 브렉시트, 유럽 불안정 등을 주요인으로 지목했다.

선진국들의 속도 조절에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숨 고를 시간을 벌었다.

지난해 연준 금리 인상 기조에 극심한 통화 불안을 겪었던 신흥국들의 상황이 급변한 셈이다.

터키,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들은 지난 16∼17일 나란히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며 나이지리아도 22일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했고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도 같은 날 금리를 3.25%에 묶어 뒀다.

시장 전문가들의 주요국 금리 전망도 가파르게 하향 조정됐다.

최근 블룸버그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주요 20개국(G20)에서 자료가 있는 15개 지역(유로존은 1개 지역으로 계산) 가운데 올해 7곳의 금리가 지난해보다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전문가들은 10곳에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봤으나 그 수가 줄어든 것이다.

또한 이 3개월 사이에 15곳의 절반에 달하는 7곳에 대한 금리 전망치가 낮아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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