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 성신여대에서 열린 서울북부지역대학교취업협의회(북취협) 정기총회에 다녀왔다. 경희대, 한국외대 등 13개 대학 취업센터 직원들이 모인 자리다. 정기총회마다 매번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세미나를 개최하는데, 이날 주제는 ‘2019년 외국계 기업 채용 트렌드 읽기’였다. 대학 취업 관계자들이 새해 첫 세미나 주제로 외국계 기업 채용을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 궁금증은 세미나가 끝난 뒤 해소됐다.
● 외국계 기업…`2019 채용의 블루칩`
이날 세미나 주제 발표를 맡은 취업컨설팅기업 대표는 올해 채용의 블루칩으로 ‘외국계 기업’을 꼽았다. 경제 위축으로 국내 기업의 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지만 외국계 기업은 다르다는 것이 이 대표의 의견이었다.
이 대표는 “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외국계 기업의 고용시장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국내 진출해 있는 외국계 기업의 숫자였다. 발표 자료(2017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에 외국인이 투자한 기업이 1만8751개에 달했다. 미국 경제지인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223개가 국내에 진출해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3209개로 가장 많았다. 실제 지난해 6월 열린 외국계 기업 채용박람회에는 기업 139개, 구직자 1만5000명이 참여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11월에는 92개 기업이 참여해 현장에서 약 800명을 채용하기도 했다.
● "외국계 기업, 토익 만점 요구 안 해"
이날 세미나를 통해 외국계 기업 취업에 대해 몇 가지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선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외국어를 아주 잘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예를 들어 토익 700점과 토익 990점을 각각 보유한 취업 준비생이 있다면 누가 외국계 기업에 지원하는 것이 맞을까. 토익 990점은 한국 대기업을, 토익 700점이라면 외국계 기업을 추천한다는 것이 정답이다. 그 이유는 국내 대기업 채용 영어 시험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기업 인사담당자는 “외국계 기업에서 언어능력은 문서작업이나, 기본적인 상황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만 갖추고 있으면 된다. 외국계 기업은 오히려 직무능력을 더 높게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 면접을 진행하는 면접관 역시 한국인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언어 공부는 입사 전보다 후에 더 많이 한다고 업계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스위스 기업인 태그호이어 코리아에 지난해 입사한 한 신입사원은 “주말마다 영어 신문을 읽고 한국어로 번역하는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 "외국계 기업에는 한국 사람이 근무합니다"
외국계 기업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직장 내 외국인과 함께 근무한다’라는 생각이다. 이것 역시 오해였다. 외국계 기업은 국내에 지사 형태로 운영된다.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사무실을 차린 개념이다. 그러다 보니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30명 규모의 기업에 외국인은 1~2명만 근무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면 외국에도 자주 나갈 것 같다는 기대도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도 외국계 기업은 분명히 매력이 존재한다. 외국계 기업의 대표적인 장점은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과 비교하면 유연한 회사 분위기와 합리적인 기업 문화를 가진 것이 사실이다. 능력에 따른 대우도 확실하다. 글로벌 에이전시 옥타곤 코리아 인사담당자는 “초봉이 낮아도 능력에 따른 직급별 연봉 인상 폭이 크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진급하면 국내 기업들보다 연봉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여성 임원 비율이 국내 기업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도 여자 대학생들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겠다.
● 2019년 외국계 기업 채용 트렌드는?
올해 외국계 기업 채용 트렌드는 △늘어나는 공개채용 △직무적합성 강화 △이직 선호도 증가 △4차 산업혁명 역량 등 이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시 채용이 많았는데 지난해부터 공개채용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 알루미늄 재활용 분야 글로벌 기업인 노벨리스코리아가 최근 공채를 진행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외국계 기업 채용 소식은 잘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수시로 채용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라는 것을 잊지 말자.
<글. 이진호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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