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그래 풍상씨’ 전혜빈의 흔들림 없는 연기가 고맙다.
배우 전혜빈은 KBS2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에서 파란만장한 풍상씨네 5남매 중 셋째 이정상(전혜빈 분) 역을 맡았다. 유독 바람 잘 날 없는 형제들 중 이름처럼 가장 이성적이지만, 그만큼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것이 많은 슬픈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지난 7일 방송된 ‘왜그래 풍상씨’ 19~20회에서는 이 같은 이정상의 아픈 진심이 쏟아지듯 터져 나왔다. 겉으로 차가운 말만 내뱉는 것 같았지만, 이정상이 홀로 참고 견뎌온 아픔은 컸다. 전혜빈은 흔들림 없는, 한층 더 탄탄하고 물오른 연기로 이정상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날 이정상은 자신을 찾아온 친모 노양심(이보희 분)에게 독설을 쏟아냈다. 앞서 결혼식장에서 축의금을 들고 도망쳤던 노양심이 또 이정상을 찾아와 돈타령을 한 것. 이미 노양심 때문에 여러 번 빚쟁이에게 수모 당하고, 대신 빚 갚았던 이정상이다. 그녀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정상은 고등학교 3학년 겨울 방학, 대학교 등록금을 위해 엄마를 찾아갔던 때를 이야기했다. 당시 노양심은 이정상을 매몰차게 내쳤다. 이정상은 버스비도 없어 추위 속에서 5시간을 걸어 돌아왔다. 이정상은 노양심에게 “당신 때문에 내가 목을 매달면 어떨까.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나 할까”라며 당시 느꼈던 절망적인 감정을 쏟아냈다.
이름처럼 양심도 없이 자식들 앞길만 막는 엄마 노양심에게 사이다 같은 독설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 말을 하는 이정상의 마음은 처절하기만 했다. 전혜빈은 차가운 표정, 흔들림 없는 목소리, 주르륵 흐르는 눈물 등으로 이정상의 이 같은 감정을 오롯이 표현했다. 그런 전혜빈 연기를 보며 시청자는 이정상이 얼마나 힘겨운 삶을 살아왔는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정상의 아픔이 드러난 장면은 또 있다. 자신을 몰아붙이는 형제들에게 미처 밝히지 않았던 감정들을 쏟아낸 것. 겉보기에 차갑고, 늘 형제들에게 쓴소리만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정상 역시 형제들 때문에 아팠던 것이다. 결혼식에조차 와주지 않은 형제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진심을 폭발해내는 이정상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배우에게 감정을 눌러 담는 캐릭터는 도전이다. 겉으로 표출하는 것이 시청자에게 시각적으로 더 와 닿기 용이하기 때문. 이런 측면에서 이정상은 전혜빈에게 도전이다. 전혜빈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섬세하고 흔들림 없는 연기로 이정상을 그려내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이 방송 직후 “전혜빈 연기 물 올랐다”, “이정상 아픔에 공감했다” 등 긍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큰 오빠 이풍상(유준상 분)의 마음을 잘 헤아렸던 이정상이다. 이풍상의 이혼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린 이정상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녀는 또 감내하고 견뎌야 할 아픔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를 배우 전혜빈이 어떤 연기로 담아낼지 궁금하고 또 기대된다. 한편 KBS2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는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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