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내 <이네쵸>의 본향, 일본음식의 수도 교토

입력 2019-02-21 09:00  



교토 일대는 예로부터 수질이 좋고 토양이 비옥해 양질의 채소가 풍부했다. 여기에 교토의 관문 구실을 했던 오사카로부터 싱싱한 해물을 공급받았다. 1000년을 이어온 교토의 귀족문화와 전통은 교토식 전통요리인 교료리(京料理)로 발전했다. 산과 바다 평야의 식재료가 풍부했던 프랑스에서 대혁명 이후 프랑스요리 문화가 활짝 꽃피었던 것과 흡사하다.

교료리는 1000년 수도였던 교토의 여러 전통요리가 모여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마치 여러 강물을 받아들인 거대한 바다처럼. 헤이안 시대 귀족요리에 뿌리를 둔 유소쿠요리, 스님들의 수행 방편이었던 쇼진요리, 다도에 바탕을 둔 가이세키요리, 교토의 옛날식 가정요리인 오반자이 등이 망라된 개념이다.

채소, 건어물, 두부 등을 많이 사용한 교료리는 싱거운 맛이 특징이다. 혀의 미뢰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다. 불필요한 양념 맛을 최대한 절제하다보니 세계에서 가장 식재료 본래의 맛을 추구하는 요리가 됐다. 맵고 짜고 단맛을 즐기는 우리 입맛에는 밋밋하고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자극적인 맛의 도쿄 음식 역시 귀족적인 교토 사람들 입장에서는 천박하다고 여긴다. 우리나라 양반가 규방 풍습도 비슷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유수한 가문에서는 음식에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쓰지 않았다. 음식을 시뻘겋게 하면 상스럽다고 피했던 것이다. 반가의 주부는 간장이나 된장 위주로 자극적이지 않게 음식을 조미했다. 시대와 국가를 떠나 귀족문화는 서로 통하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교료리의 핵심은 가이세키요리다. 가이세키요리는 최상의 식재료로 최상의 정성을 들여 만든 요리다.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이젠 교토를 넘어 가이세키요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가이세키요리는 여러 얼굴을 가졌다. 서로 대립되는 이중성이 그 안에서 행복하게 동거한다. 귀족주의 외에 쾌락주의와 금욕주의,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규칙성과 자율성이 들어있다.

가이세키요리는 식도락의 끝판왕이다. 그렇지만 한식처럼 푸짐하게 한 상 차려놓고 허리띠 풀은 채 맘껏 식욕을 채우는 시스템이 아니다. 감질날 만큼 작은 양을 주는 대로 받아먹는 매우 금욕적인 밥상이다. 여럿이 먹더라도 개인별 그릇에 먹는다. 가이세키요리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정한 순서에 입각해 코스요리 형태로 형식화되었다. 그러나 그 형식의 알맹이를 채우는 식재료는 자유롭게 넘나든다. 심지어 서양 식재료도 가이세키라는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타면 가이세키요리가 되는 것이다.

가이세키요리가 매력적인 것은 이런 이중성의 맛이 아닐까? 서울 연신내 프리미엄 이자카야 <이네쵸>는 오늘도 교토 이중성의 맛을 한 식탁 위에 어떻게 올릴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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