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오스카르 아리아스 산체스(78)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에게 성폭행 또는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스 사이트인 아멜리아루에다 닷컴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스 코스타리카 출신 야스민 모랄레스의 변호인은 전날 아리아스 전 대통령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소장을 보면 성추행 사건은 2015년 아리아스 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랄레스에게 연락해 책을 주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가운데 일어났다.
모랄레스는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법적 자문을 구했지만 3명의 변호사가 코스타리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리아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걸지 말 것을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모랄레스는 그러나 최근 아리아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연이어 나온 피해 폭로에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 2명의 변호사가 법률 대리를 거절한 끝에 현재의 변호인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내가 존경하는 유명한 인사의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기에 충격을 받았다"며 "미투(#MeToo) 운동과 새로운 여성들이 성추행 폭로를 하는 것을 보고 이것이 습관적인 행위였기 때문에 용기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된 성폭행 및 성추행 고소는 2건으로 늘었다. 검찰은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할 방침이다.
앞서 핵 군축 활동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알렉산드라 아르세 본 에롤드는 지난 4일 검찰에 성폭행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아르세는 현지 일간 세마나리오 우니베르시다드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아리아스 전 대통령이 2014년 12월 수도 산 호세에 있는 자택에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홍보국장 에마 데일리도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아리아스 전 대통령이 재직 시절인 1990년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에 방송 기자로 일했던 노노 안티욘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1986년 대선 때 아리아스 캠프에서 언론 보좌관으로 일하던 중에, 책 편집자인 마르타 아라야는 2012년 한 회의에서 아리아스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각각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현재까지 모랄레스를 포함해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은 최소 6명이라며 중남미 미투 운동의 가장 두드러진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폭로가 잇따르자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 "어떤 여성의 의지를 거슬러 행동한 적이 없으며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양성평등을 제고하기 위해 싸웠다"며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아리아스는 1986∼1990년과 2006∼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코스타리카 대통령을 지냈다.
그는 중미 좌·우파 간의 내전 종식을 중재한 공로로 1987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아리아스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자신의 이름을 딴 평화재단을 설립해 평화 증진과 군비 축소 운동을 펼치는 등 현지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이번 사건 외에 2008년에 체결된 금광 개발 사업에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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