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야근 'NO'·재계는 '난색'…포괄임금 폐지 '혼선'

김정필 부장

입력 2019-02-11 17:15  

    <앵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포괄임금제 폐지가 올들어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포괄임금제 폐지 관련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반면 재계는 원칙적인 폐지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시가 늦어지면서 현장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주 52시간 근무 만큼이나 파급력이 클 수 밖에 없는 ‘포괄임금제 폐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국내 대표 전자·IT기업과 포털기업에 이어 올들어서도 게임사·IT기업을 중심으로 포괄임금제 폐지 선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관행처럼 적용해 온 포괄임금제는 수당 없는 일명 ‘공짜 야근’의 근원으로 지목돼 온 만큼 노동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함께 포괄임금제 폐지 속도내기 행보가 한창입니다.

    반면 재계는 특히, 제조업이나 서비스, 영업직 등 노동집약적 형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의 기업들이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 듯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포괄임금제 실태를 조사한 결과, 포괄임금제 시행 대기업 10곳 중 7곳은 포괄임금제의 원칙적 금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반대하는 기업들은 일과 휴식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근로가 사업장 밖에서 이뤄지는 점, 근로시간 산정 자체가 쉽지 않고 이를 측정할 때 노사갈등 심화 등 애로를 토로했습니다.

    원칙적 포괄임금제가 금지되면 지불능력, 경영상태에 대한 예측이 불확실하거나,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고스란히 경영·비용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일률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기 보다는 노사간 합의를 통해 유지·폐지를 검토하거나 직무급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기업들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업무형태와 출퇴근 시간 등이 다양화되는 흐름 속에 일본처럼 재량근로 확대,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연장 등 제도 유연화 논의 또한 병행돼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인터뷰>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

    “개별기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업들이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 근로시간 자율성을 존중하는 부분, 재량근로시간제라든가 이런 것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논의가 필요하다”

    포괄임금제 폐지는 현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 중 하나로 지난해 속도를 내는 듯 하다가 통상임금, 주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현장에서 혼선을 빚자 가이드라인 발표가 다소 늦어지고 있습니다.

    고용창출, 투자 등 기업과의 관계를 감안해 정부가 일종의 눈치보기와 완급조절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 속에 정책이 원 취지대로 시행되고 효과를 거두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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