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고배당 정책을 유지했습니다.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에 주력해야 되는 상황에서 최대주주 배불리기를 위해 '통 큰 배당'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박해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주요 보험사들의 경영실적입니다.
적게는 8%, 많게는 3분의 1토막이 난 보험사까지 줄줄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저성장, 장기 불황에 더해 새 회계기준 도입에 맞춰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인 탓입니다.
반면 순이익 대비 배당금 규모를 뜻하는 배당 성향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당기 순익이 반 토막 난 메리츠화재의 배당성향은 32.4%에서 39.1%까지 올랐고,
순익이 20% 줄어든 DB손해보험은 손보사 중 두번째로 큰 배당액을 결정했습니다.
오렌지라이프는 1년 전보다 순이익이 10% 가까이 줄었지만 중간배당까지 더한 배당 성향이 68.5%에 이릅니다.
이 같은 고배당 방침에 대해 보험사들은 주주 가치를 높이고 주가 방어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인터뷰> 보험업계 관계자(음성변조)
"실적이 안 좋긴 하지만 바로 배당 규모를 줄이게 되면 투자자들의 불만이 예상됩니다. 주주 가치 제고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배당 성향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보험사들의 '통 큰' 배당이 최대 주주의 배불리기를 위한 술책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새 회계 기준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배당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는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회계상 부채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자본 확충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인터뷰>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투자자 측면에선 배당을 줄이는 게 부정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지만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안에 부채 시가평가 제도로 인해서 부채 규모가 커지는 데 대응해야 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봅니다."
배당 결산이 마무리되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의 경우 1천100억 원을,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은 220억 원, 김남호 DB손보 부사장은 120억 원의 배당금을 챙길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박해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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