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서 소 떼의 공격으로 아내를 잃은 남편에게 소 주인이 49만 유로(6억2천만원)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현지 공영방송 ORF 등이 23일(현지시간) 전했다.
독일 국적의 피해 여성(사고 당시 45세)은 2014년 7월 오스트리아 티롤주 피니스탈 계곡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소 떼에 밟혀 현장에서 숨졌다.
남편과 아들은 농부가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농부는 목장에 경고 표지판을 세워놓았다며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당시 이 소송은 티롤주의 관광·목축 산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역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인스브루크 법원은 경고 표지판으로는 부족하며 목초지 주변에 울타리를 세우는 조치가 필요했다고 판결했다.
판결이 공시되자 티롤주의 농부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티롤주 농업단체는 "상당히 당혹스럽고 화가 나는 판결이다"라며 "소들을 계속 방목할지 아니면 목초지를 완전히 울타리로 둘러싸야 할지 농부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귄터 플라터 티롤 주지사는 "사고는 매우 안된 일이지만 법원의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는 티롤주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휴양지이자 농업 지역이지만 종종 소 떼의 공격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다. 2017년 6월에도 목초지를 산책하던 여성 2명이 소 떼의 공격을 받아 1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티롤 지역에서 기르는 소 중 툭스-질러탈이라는 종은 소싸움에 맞게 개량한 것으로 덩치는 보통 소보다 조금 작지만, 힘이 세고 공격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근 스위스에서는 인명 사고 방지와 소들의 안전 문제 때문에 소뿔을 제거하기도 한다. 스위스에서 사육되는 소의 4분의 3은 뿔이 제거된 소들이거나 태생적으로 뿔이 없는 소들이다.
스위스에서는 지난해 11월 동물보호 활동가들의 주도로 소뿔을 그대로 두는 농가에 보조금을 주자는 법안을 놓고 국민투표가 벌어졌으나 부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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