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주총대란‘…상장사 ‘비상’

박승원 기자

입력 2019-02-27 17:17  

    <앵커>

    국내 주요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가 시작됐습니다. 한날한시에 무더기로 주주총회를 여는 '슈퍼 주총데이'는 올해도 예외가 아닌데요.

    특히, 대부분의 상장사가 '3% 룰'에 막혀 감사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실제 전자투표 참여율도 저조해 올해도 주총대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승원 기자가 이런 우려 사항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지난 19일 넥센타이어를 시작으로 도래한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

    현재까지 주주총회 일자를 확정한 상장사 998개사 가운데 녹십자, 제주항공 등 237개사가 다음달 27일 주주총회를 개최합니다.

    예전보단 쏠림이 다소 완화됐다곤 하지만, 여전히 특정일에 주주총회가 몰리는 '슈퍼 주총데이' 현상이 재현되고 있는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러 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의 경우 의결권 행사하기가 힘든 게 현실입니다.

    소액주주들의 권리 행사 뿐 아니라 상장사 역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

    무엇보다 주주권 강화로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이 폐지되면서 '주총대란'이 올해는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주주 지분율이 주주총회 의결정족수인 25%가 안 되는 기업들의 경우 의결권 확보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2천여개에 달하는 상장사의 주주총회 결과 공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 때 76개사의 안건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습니다.

    이 가운데 56개사는 '3%룰'이 적용되는 감사 선임 건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는 이 보다 약 3배 가까운 154개사가 적종수 미달로 감사 선임이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화인터뷰> 김종선 코스닥협회 본부장

    "한 150개 정도 예상된다. (감사 선임) 어려울 것 같은 곳이. 홍역을 좀 치룰 것 같다."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전자투표가 꼽히고 있지만, 여전히 활용 비율이 미미합니다.

    결국, 거듭되는 주총파행을 막기 위해 주총 참여를 독려하거나 결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

    <앵커>

    전문가 모시고 이야기를 더 해보겠습니다. 상장사협의회 이재혁 정책홍보팀장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앞서 리포트에도 잠깐 언급이 됐었는데요. 수퍼 주총데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총일 분산 자율프로그램 효과는 어떻습니까?

    <이재혁 상장사협의회 정책홍보팀장>

    주총일 분산도를 따질 때 주주총회에 몰리는 특정 3일을 합산해서 얼마나 주주총회가 몰려있는지를 보는데요. 예를 들어 2017년 경우 70.7% 정도, 1400개 상장사가 3개 날짜에 몰려서 주총을 개최했는데요.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지난해부터 금융위를 비롯해 코스닥협회, 상장사협의회 등이 자율적으로 상장회사 주총을 분산시키는 주총 자윤분산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경우 집계중이긴 하지만 현재 집중도가 32%대로 떨어졌습니다. 과거에 비해 절반 수준인데요. 현재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주총을 분산시키고 있습니다.

    <앵커>

    앞서 리포트에도 잠깐 언급이 됐었는데요. 섀도보팅 폐지로 상장사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재혁 상장사협의회 정책홍보팀장>

    일단 주총에서 주주들이 모여서 의결해야 하는데 이때 의결정족수라는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 법에서는 일반적인 결의사항, 예를 들어서 이사보수를 정하거나 이사를 선임하게 될 경우, 발행 주식 수의 25%이상이 참석해서 모두 찬성을 해야 하는 것이 기본원칙입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에 무관심하다라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 부분은 소액주주들의 평균 보유비율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소액주주들의 시장참여율이 89%정도 가까이 됩니다. 이들의 평균보유기간이 3.1개월에 불과해요. 그러다보니 의결권행사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대주주가 의결권을 모두 행사한다고 가정할 때, 대주주 지분 비율이 25%미만인 회사들을 일반적인 결의사항도 주총에 결의를 할 수 없게 되겠죠. 게다가 올해는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관에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33%가 미니멈으로 찬성해야 하는데, 올해는 더 혼란이 많겠죠. 특히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도에 3%룰이라는 것이 있는데, 대주주가 아무리 주식 보유 비중이 높다 하더라도 감독기관인 감사를 선임할 때에는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25% 기본 요건을 채우려면 나머지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필요한데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까 기업들은 뛰어다닐 수밖에 없죠. 실제 사례를 말씀드리면, 지난해 임시주총까지 무산됐던 회사인데, 이 회사의 경우 주주총회를 열기 위해서 영업직원 150명이 2주동안 전국 각지 주주들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 개최가 무산됐고, 임시주총 마저 개최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에 이러한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중소 중견기업은 재작년 사업 보고서 기준 평균 임직원 수가 370명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들의 평균 주주 수는 7600명입니다. 이 주주들을 다 찾아다니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앵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실효성이 이렇게 낮은 요인은 무엇인가요?

    <이재혁 상장사협의회 정책홍보팀장>

    전자투표제 많이 늘었습니다. 과거 섀도보팅 폐지되기 이전에는 거의 0%대였는데, 지난해 유관기관 공동으로 지원반을 마련해서 전자투표제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3.9%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낮은 것이죠. 이유는 다양하지만, 우리나라 법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전자투표도 있고, 위임장도 있고,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전자투표를 실시하는 회사들이 예탁원 집계상 1300~1400개 정도 되는 데에도 불구하고 낮은 이유는 소액주주들이 의결권행사에 무관심한 현실을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죠.



    <앵커>

    뒤늦게 정부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전화와 메일로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 독려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주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다는데, 이건 어떻게 보시나요?

    <이재혁 상장사협의회 정책홍보팀장>

    기존의 주주명부 상에서는 성명과 주식 수, 주소 정도만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1960년도에 만들어진 상법이라서 개정 필요성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연락할 수 있는 전화번호나 이메일을 추가해준다면 기업들이 조금이나마 짐을 덜 수 있겠죠.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코스닥 기업의 경우 개인 주주들의 보유기간이 평균 3.1개월밖에 안 되기 때문이죠. 12월 말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3월 주총 때에는 이미 보유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죠. 아무리 기업들이 주주들을 찾아가서 주총 참석을 권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앵커>

    그럼 경영계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요? 또 주총대란을 피하기 위해 경영계가 이런 방안을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를 하고 계신데요.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지요?

    <이재혁 상장사협의회 정책홍보팀장>

    2014년 섀도보팅이 폐지되려고 할 때부터 지속적으로 말씀드렸던 것이 있는데요. 우리나라 주총 결의방법이 세계 최강이고 가장 엄걱하다 라는 점이었는데요. 글로벌 기준에 맞게라도 완화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참석한 주주들, 즉 의결권 행사에 관심이 있어서 주주총회에 출석한 인원의 과반수 이런 식으로 결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거든요. 결론은 법률개정을 통해서 기업들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주총대란 우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팀장님 오늘 나오셔서 감사합니다.

    주총대란 뿐 아니라 '스튜어드십코드'도 올해 주주총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과 사모펀드들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는데요.

    김보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번 주주총회 시즌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한진그룹입니다.

    지난해 11월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의 2대주주로 등장하며 한진그룹 지배구조를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국민연금 역시 주주제안에 나서겠다고 의사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각각 10.81%, 8.03% 보유 중인 KCGI는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이란 내용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형을 확정받은 사람은 3년 동안 이사직을 맡을 수 없다'는 내용을 한진칼 정관에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구체적인 주총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추후 조양호 회장의 이사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어서 주주들의 관심이 큰 상황입니다.

    자산운용사들도 상장사들 압박에 나서긴 마찬가지입니다.

    오는 3월 29일 열리는 KISCO홀딩스 주주총회에서는 감사위원 선임안건을 놓고 장세홍 대표를 비롯한 대주주와 자산운용사들을 포함한 소액주주들 간에 표대결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한국밸류자산운용과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 중장기 배당정책수립 등 주주친화책 검토를 요구했지만, KISOCO홀딩스가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하이자산운용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KB금융, LG유플러스, 아이마켓코리아 등에 보다 전향적인 주주친화책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총 85곳.

    거수기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목소리를 내려는 기관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주총에서는 기업과 주주들 간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보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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