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놀이터 된 주총...초조한 재계

입력 2019-03-07 17:09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기업들의 속앓이가 평소보다 커지고 있는 것은 주총 시즌이 성큼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배당확대와 사외이사 선임안을 앞세워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재계는 이들의 무리한 요구와 개입이 기업의 중장기적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김태학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7일 주주총회 표대결을 앞두고 한진그룹과 행동주의 펀드 KCGI의 공방이 하루가 멀다하고 입방아에 오르고 있습니다.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 등의 내용을 담은 KCGI의 주주제안을, 주총에서 논의해야 하는 지를 놓고 법정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KCGI는 차명 주식 의혹도 제기하며 표대결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포석을 다지고 있습니다.

    한진그룹은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중장기 성장계획을 통해 주주가치를 극대화 하겠다고 소액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50주년 기념일도 조용히 보낼 정도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계 펀드인 엘리엇의 공격을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도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엘리엇은 현대차에는 지난해 순이익의 3.5배 규모인 5조 8,000억원의 배당을, 모비스에는 지난해 영업익을 웃도는 2조 5,000억원의 배당을 요구했습니다.

    현대차와 모비스는 엘리엇의 요구를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거부했지만, 표대결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현대홈쇼핑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밸류파트너스는 현대홈쇼핑 주주들에게 대주주가 선임하는 감사위원에 반대표를 행사하고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도록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나섰고, 외국계 돌턴인베스트먼트도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발송했습니다.

    재계는 어느때 보다 늘어난 행동주의 펀드의 지나친 경영개입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재계 관계자

    일부 행동주의 펀드가 적극적으로, 알지도 못하면서 기업 경영에 개입을 하게 되면 결국은 자사주를 사도록 해서 주가를 올려서 이익을 보든, 아니면 배당을 많이 받고 도망을 가든 단기적으로 단물만 쏙 빼먹고 도망가버리는 그런 일들이 발생을 하거든요.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에는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실적부진으로 속이 타는 기업들이 투기성 펀드의 공격까지 받으면서 시름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태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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