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출석한 광주 법정은 시민들의 분노로 가득했다.
11일 오후 2시 30분 시작된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시민들은 광주지법 형사 법정 201호에 미리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거나 두 손을 꼭 맞잡으며 긴장된 모습으로 전씨의 출석을 기다렸다.
5·18 희생자 유족인 추혜선(63)씨는 "가슴이 쿵쾅댄다"며 "울분을 표현할 수 있으면 좀 나을 것 같은데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꾹 참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심정을 표현했다.
5·18 유가족 상당수는 전씨의 모습에 분통을 참기 어려울 것 같아 방청권 추첨에도 응모하지 않았다고 한다.
엄숙한 법정 분위기를 깬 순간은 전씨의 변호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마친 다음이었다.
방청객 중 6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재판장님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변호인이 완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반복해서 소리치다 법원 관계자들에게 제지당했다.
재판장은 "변호인은 피고인을 위해 대신 입장을 말하는 사람"이라며 "변호인이 말했다고 해서 재판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시 차분해진 법정은 전씨가 퇴정하려고 피고인석에서 일어나자 다시 술렁거렸다.
일부 방청객은 "전두환 살인마"라고 고함쳤다.
법정 밖에서 전씨의 공소사실 부인 소식을 전해 들은 시민들도 분노를 표출했다.
일부 시민은 전씨가 타고 돌아갈 것으로 예상하는 차량을 에워쌌다.
전씨가 법원 건물 밖으로 나오자 들고 있던 우산이나 생수병 등을 던지기도 했다.
전씨는 취재진과 경호 인력이 뒤섞이는 틈바구니에서 이리저리 밀치다가 겨우 차량에 올라탔다.
전씨를 태운 차량이 경찰 경호 속에 서서히 움직이자 "지나가려면 나를 밟고 가라"며 바닥에 드러누운 시민도 있었다.
전씨를 태운 차량은 법원 청사를 빠져나간 뒤에도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가로막혀 움직이지 못하다가 20분이 지나서야 겨우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한 60대 여성은 바닥에 주저앉아 "광주까지 와서 뻔뻔스럽게 변명만 하다 간다니 분노를 넘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시민 김일수(42)씨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전씨가 사죄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오늘 법정에서 있었던 말을 듣고 보니 괜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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