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암세포 성장을 촉진한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스트레스 호르몬의 증가가 실제로 유방암 전이 위험을 높이는 분자 메커니즘이 스위스 바젤대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13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대학의 모하메트 벤티레스-알이 생체의학 교수팀은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종양 이질성(tumor heterogeneity)`이라고 한다. 암이 진행되면서 종양의 유형이 더 다양해지면 그 차이가 부적절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전이성이 아주 높은 `삼중음성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을 연구 대상으로 정했다. 이 유방암은 표준적인 치료에 효과를 보이지 않아 마땅히 선택할 만한 치료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연구팀은 원래 1차 종양과 전이된 암세포의 이질성을 밝히기 위해 유방암을 가진 생쥐의 유전자 활성도를 검사했다.
그 결과 전이된 암세포가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GR; glucocorticoid receptors)의 활성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용체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나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발현도를 조절한다. 이와 함께 스트레스 호르몬의 농도도, 암세포 전이가 없는 생쥐보다 전이가 있는 생쥐에서 더 높았다.
결론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 수위가 높아지면, 암세포가 더 많이 전이되고, 암세포 간 이질성도 더 커져 궁극적으로 환자의 잔여 생존 기간이 짧아진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GR은 덱사메사손(dexamethasone) 같은 코르티솔 합성 유도체(synthetic derivatives)의 효능도 조절한다. 알레르기·염증 치료제로 개발된 덱사메사손은 암 환자의 화학요법 부작용을 완화하는 데도 널리 쓰인다.
그런데 이 덱사메사손을 함께 투여하면 암 화학치료제인 파크리탁셀(paclitaxel)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유방암 환자에게 스트레스 호르몬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처방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GR 억제제는 암 환자에게 유익하고, 유방암 전이에 맞서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벤티레스-알이 교수는 "암 환자 가운데 특히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겐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적절한 운동과 휴식이 환자 삶의 질을 높이고 잔여 생존 기간도 늘린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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