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은 지난해 '물컵갑질' 등 오너일가의 갑질행위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는데요.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하며 결국 대한항공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지 20년 만인데요.
대기업 총수가 주주들 손에 대표직을 잃은 첫 사례입니다.
신선미 기자입니다.
<기자>
주주총회 전날 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 결정타가 됐습니다.
국민연금 결정에 영향을 받은 외국인 주주와 기관, 소액주주 등이 조 회장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찬성 64.1%, 반대 35.9%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부결됐습니다.
통과되려면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지만 표를 확보하지 못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겁니다.
대기업 총수가 경영권에 제한을 받은 첫 사례로, 오너일가의 갑질이 국민의 공분을 산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금융업계 관계자
"조양호 회장에겐 스크래치가 확실히 났고, 주식시장 전체로보면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던 일이라는 점에서 이제는 주주들을 신경써야 한다는 큰 임팩트를 준 사건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반대 35.9%도 사전 투표 결과로 주주총회 현장에서 투표를 실시했다면 조 회장 연임 반대표는 더 높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의사진행에 주주들은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현장음> 소액주주
"주주총회를 이렇게 공산당처럼 하는 건 처음봤습니다. 여기와서 투표하고 어떤 행사를 권리하는 줄 알았어요. 내가 투표도 안했는데 미리 다했다 그러고 통계가 다 나왔다 그러고."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부결에 대해 "대한항공 대표이사 직에선 물러났지만, 경영권 박탈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 회장이 여전히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이고 그룹지주사인 한진칼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조 회장 연임 실패는 향후 우리나라 기업경영에서 주주 목소리가 커지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더불어 기업 총수나 CEO 평가에서 경영실적은 물론, 투명경영과 주주친화 정책 등이 중요한 측정지표로 부상될 전망입니다.
한국경제 TV 신선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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