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사, 사무직 종사자, 프로게이머, 전업주부. 언뜻 보기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들 사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 증후군, Carpal Tunnel Syndrome)` 환자이거나 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왜 이들은 잠재적 손목터널증후군 환자가 됐을까? 그 원인과 증상, 치료법과 예방법을 알아보자.
손목터널증후군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먼저 `중립 자세(neutral position)`에 대해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중립 자세란 우리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 때문에 신체의 각 부위가 저절로 취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자세를 말한다. 중립 자세에서는 각 관절에 작용하는 모든 근육이 이완되며 따라서 장시간 같은 자세를 취하더라도 관절, 근육 등에 무리가 없다.
하박(下膊, 팔꿈치부터 손목까지의 부위)의 중립 자세는 악수를 할 때처럼 엄지가 약 45도 각도로 위로 오는 자세인데,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자세를 살펴보면 우리 손의 위치는 양손바닥이 키보드에 수평이 되어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손목이 접힌 상태로 타자를 치거나 마우스를 움직이기도 한다.
이처럼 중립이 아닌 자세로 장시간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하면 정중 신경을 압박하게 되며 누적될 경우 손목에 통증을 유발하고 의지대로 통제되지 않는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힘줄, 인대, 뼈로 구성된 손목 터널을 통과하는 정중 신경은 엄지 손가락, 집게 손가락, 가운데 손가락, 약지 손가락에 감각을 전달하는데, 반복적인 정중 신경의 압박은 손목 터널 주변 또는 터널 내 조직의 부기, 혹은 손목의 손바닥 쪽에 섬유 조직 띠를 생기게 하며,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손목터널 증후군이 되는 것이다.
광진구에 위치한 서울프라임병원 원은영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손목터널 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은 손의 엄지 쪽에서부터 세 손가락과 네 번째 손가락 절반의 감각 이상, 무감각, 저림, 통증"이라며 "손목터널증후군이 발생하면 정도에 따라 심할 경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통증이 동반되기 때문에 손목터널증후군이 의심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원 원장은 손목터널증후군 자가 진단법으로 `팔렌 검사(Phalen test)`를 소개했는데, 팔렌 검사는 양 손등을 맞대고 손끝이 아래로 향하게 한 자세를 40초~60초간 유지할 때 정중신경의 경로에 따라 마비가 나타나는 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자세를 유지하는 동안 손바닥에서 통증이 느껴지거나 손저림 증상이 나타난다면 손목터널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자가진단을 통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하게 되었다면 가까운 정형외과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고 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보통 간단한 신경 기능 검사와 진찰을 통해 진단을 하지만, 임상적인 검사만으로 진단이 어려울 경우 근전도 검사법(EMG)을 사용해 손목터널증후군을 확진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초기에 발견한 경우에는 중립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부목으로 손목을 고정하는 것 만으로도 증상 호전에 효과가 있다. 활동이 많은 낮에 부목을 착용하는 것은 손목 움직임의 저항을 높여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대개는 야간에 손목 보호대 형식의 부목을 착용한다.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 증상이 중한 경우에는 1년 이상 보존적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증상이 심하거나 6개월 동안 낫지 않고 악화된 경우 ▲근육 무기력증 및 엄지두덩위축증(thenar atrophy) ▲손가락의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하여 창백하고 얼얼한 레이노이드 현상(Raynaud phenomenon) ▲추위를 못 견디는 증상(cold intolerance)이 심하고 반복적으로 나타나 전반적인 손의 사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보존적 치료보다는 수술 치료가 유효하다.
원 원장은 "손목터널증후군은 증상이 의심되는 초기에 발견해 간단한 치료로 정상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좋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증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라며 "컴퓨터와 노트북 사용이 잦은 사무직 종사자의 경우에는 손목 패드를 반드시 사용하시기를 권한다. 이상적인 것은 컴퓨터 책상 아래에 키보드 받침대를 설치하여 손이 팔꿈치 보다 아래 위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중립 자세를 유지시켜 주는 버티컬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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