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 연구팀이 스트레스 세포(CRF 세포)의 새로운 역할을 밝혀냈다고 18일 밝혔다.
동물의 본능적 감정 판단에 대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결과로, 우울증·불안장애·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트레스에 대한 생리 반응을 조절하는 영역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이다.
이 축은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 방출 인자`(Corticotropin Releasing Factor·CRF) 영향으로 조절된다.
시상하부 영역의 CRF 세포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의해 자극을 받는다.
CRF 세포를 스트레스 세포로 부르기도 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CRF 세포가 활성화하면 동물의 부정적 감정이 커진다는 가설은 예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단위 측정 시간(30분)이 짧고, 실험체를 부검해야 호르몬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미국 뉴욕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생쥐 두뇌 시상하부 영역 CRF 세포 활성도를 초 단위로 측정하는 파이버포토메트리(fiberphotometry)를 도입했다.
긍정적·부정적 감정 판단을 유도하는 다양한 자극에 쥐를 노출해 세포 반응성을 살폈다.
그 결과 시각적 자극이나 천적 오줌 냄새 같은 위협적 외부 자극에 따라 쥐가 도망갈 때 CRF가 빠르게 활성화했다.
반대로 맛있는 음식이나 이성 생쥐 등 긍정적 판단을 유도하는 자극에 노출하면 CRF 활성도가 억제됐다.
서성배 교수는 "냄새와 시각적 자극으로 음식을 섭취하기 이전부터 CRF 세포가 감소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며 "그간 알려진 시상하부 영역 세포와는 차별성이 있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생쥐들이 배가 불러도 더 맛있는 음식에 노출되면 CRF 세포 활성도가 감소하는 점도 혁신적인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연구팀은 아울러 CRF 세포를 자극해 인위적으로 특정 환경을 싫어하거나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CRF 세포가 다양한 자극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판단을 통해 적절한 행동 반응을 이끌 수 있다는 뜻이다.
서성배 교수는 "우울증·불안증·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질환이 스트레스와 관련이 높은 만큼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는 KAIST 신임교원 정착 연구비, KAIST 석박사 모험연구 사업, 포스코 청암재단 포스코 사이언스 펠로우십 지원을 통해 수행했다.
김진은 박사과정생이 1 저자로 참여한 연구 논문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4월호 22권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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