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 문의는 단톡방에?…수소차 지금 사도 될까(①충전편)
전기차보다 나을까…유지관리 끝판왕은 '수소차'?(②정비편)
1kg에 96~99km 주행, 디젤차보다 저렴
"수소충전소 사진 찍으러 가다 깜짝 놀랐어요. 저도 어제 똑같은 수소차 계약했거든요!"
수소차 넥쏘를 몰고 국내 첫 고속도로 수소 충전소인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에 들러 수소가스를 채우고 잠시 주차한 사이 차량 옆으로 다가온 한 남성분이 함박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걸어왔습니다. 쉽게 보기 어려운 수소차다보니 차량 오너가 누구인지 궁금해 다가왔던 겁니다. 시승차량을 둘러보던 그에게 수소차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 전기차는 할 수 없는 일..짧은 충전시간 '20분 vs 5분'
"LPG차도 초장기부터 몰아봤는데, 그 때도 충전소 부족하다고 난리였어요. 수소차도 정부가 나서서 충전소 짓기 시작했으니까 그런 불편함은 금방 해소될 거예요. 문제는 전기차예요. 차량 한 대 충전에 20~30분씩은 걸린다는데, 여러 대 몰리면 어떻게 충전하겠어요?"
예비 구매자의 말처럼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를 둘러보면 주유소 옆에 수소충전소, 전기차 급속 충전기가 모두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전기차 충전기도 늘어나는 차량 보급률을 따라가지 못할 만큼 부족한 형편입니다. 급속 충전기에 앞에 한 대라도 충전이 밀려있는 상황이라면 대기 시간을 감안해 휴게소에서 최소 1시간 이상은 정차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이러한 사정은 아파트나 마트에 설치된 충전기도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주행거리가 여유있는 차량이라면 다음 휴게소로 넘어가 충전해도 되지만 불편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반해 수소차는 당장 충전소는 부족하지만 한 곳당 50대 정도를 채울 가스를 압축해두고 있습니다. 보급 초기인 현재 5분, 앞으로 차량 운행이 늘어 여러 대가 몰리더라도 이 정도 속도면 2~3대씩 밀려도 일반 주유소 이용하듯 빠져나갈 수 있는 겁니다. 서울에서 충남 홍성까지 가는 도중에 만난 오너와 예비구매자 모두 당장은 수소 충전소가 부족해 불편하지만, 이런 장점 때문에 수소차를 구매했다고 말합니다.
● 엔진오일 필요없고, 필수 부품값도 '저렴'
수소차를 타고 차량을 운행하다 발생하는 사고처리, 각종 정비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떨까요? 수소차를 몰고 충남 홍성에서 들른 현대차 블루핸즈 사업소에서 본넷을 열고 엔진 부위 주변의 부품을 설명하던 정비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수소차는 오너분들이 손댈 곳이 거의 없어요. 수소연료전지에 공급할 전용 냉각수필터가 있는데 차량 구매한 뒤 교환할 일이 거의 없을 거예요" 그의 말처럼 제작회사인 현대차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한 차량 안내책자를 보면 수소연료전지 수명에 맞춰 10년 무상 보증을 하고 나머지 일반 차량 구동 부품은 보증 프로그램에 따라 4년까지 비용 부담없이 정비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수도권이 아니어도 차량 유지 관리에 큰 부담이 들지 않는 다는 얘기입니다.
수소차는 본넷을 열면 중앙에 자리한 연료스택 주위로 주황색의 고압전선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수소차의 핵심부품인 연료전지스택과 전원공급장치 등은 이상이 생기면 지정정비센터로 옮겨야만 합니다. 일상적으로 운전자가 관리할 부품은 공기를 걸러줄 에어클리너, 냉각수, 이온필터 정도인데 엔진오일 교환과 비교하면 큰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가정용 공기청정기 필터와 같은 기능의 에어클리너 가격은 2만 5천원 정도.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환경에 타이어 분진까지 섞인 도로를 달리고 있다면 1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할 수도 있지만 부담할 만한 가격입니다.
대신 이렇게 깨끗한 필터를 달고 있는 수소전기차가 서울에 10만 대 달린다면 미세먼지 85%를 정화할 수 있다고 하니 보급이 늘어날 수록 좋은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 승용차량보다 많은 매연을 내뿜은 마을버스, 시내버스, 대형 트럭 등의 동력을 수소연료전지로 교체한다면 이런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에어클리너 외에 수소차 정비 부품 중 가장 비싼 교환 품목이 있습니다. 연료전지 전용 냉각수 이온필터인데, 가격이 25만 원에 달합니다. 비싼 부품이지만 통상 6만 킬로미터 약 3년 정도 후에 교환하기 때문에 엔진오일 교환 비용과 비교한다면 그리 차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기본적인 부품 교환은 여러 보증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만, 문제는 차량 외형에 손상이 발생했을 때입니다. 예상 밖으로 정비에 긴 시간이 걸리더군요. 첫 충전 장소였던 양재 충전소에서 만난 넥쏘 오너는 접촉사고로 흠집이 난 뒷범퍼를 교환하는데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범퍼 등 기본 부품 가격은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데, 워낙 소량으로 제작된 차량이라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겁니다. 게다가 현대차가 지정한 22개 정비센터를 제외한 소규모 정비소에선 관련 경험이 전무하다보니 원상태로 복원하는 건 상상도하기 어렵습니다. 수소차를 타고 들렀던 일반 정비소에서도 기초적인 정비 외엔 손댈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정비소 직원의 얘기를 듣다보니 앞으로 친환경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동네 소규모 정비소가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는 씁쓸한 생각도 들더군요.
● 극복할 과제도 많지만..미세먼지 줄이는 뿌듯함
내연기관 차량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 극복할 과제도 많습니다. 우선 최대 경쟁자, 전기차를 넘어서야 합니다. 전기차는 충전시간이 긴 대신 비용은 수소차의 1/4 수준으로 저렴하고, 배터리 효율을 늘려 지난해부터 주행거리도 350km~400km까지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보급 정책 덕분에 지난해까지 보급된 전기차는 약 3만 3천 대에 달하고, 올해 5만 7천 대를 더해 차량 대중화를 가늠할 10만 대 보급을 눈앞에 뒀습니다.
이에 반해 수소차는 수소연료전지, 고압탱크 등 고가의 부품, 경유값에 버금가는 충전 가격, 충전소 용량 확대 등 단기간 풀기 어려운 숙제들이 있습니다. 우선 차량 가격은 현재 수준에서 크게 낮추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이유는 차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연료전지스택, 고압 연료탱크 때문입니다. 수소차를 50만 대쯤 생산해야 연료전지 스택 가격을 1/5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바꿔말하면 정부 지원없이는 수소차 보급을 늘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또 하나 남은 문제는 수소 공급이 예상보다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석유화학 공정에서 생산하고 남은 부생수소를 충전소에 공급하는데 10만 대 정도만 소화할 용량이라고 합니다. 차량 보급이 늘어나면 부생수소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고, 친환경 차량에 공급할 연료를 화학공정 생산에만 의지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수소가스를 수입해오거나, 장기적으로 물 분해 기술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귀금속인 백금으로 물분해가 가능한데 이를 대체할 기술 개발이 진행중에 있습니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정부가 제시한 단기적인 목표는 2022년까지 수소차 8만 대, 수소충전소는 330곳까지 늘리는 것입니다. 앞으로 3년 뒤 전기차와 수소차가 뒤섞여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수소전기차가 더 나은지, 전기차가 더 나은지 당장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화석연료로 달리는 자동차를 더 이상 탈 수 없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여러 어려움이 남아있음에도 친환경차를 타야 할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초미세먼지가 가득 뒤덮인 날 수소차를 몰고 도로에 나섰을 때 '나도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뿌듯함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친환경 차량의 흐름에 여러분도 동참하는 것은 어떨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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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소 문의는 단톡방에?…수소차 지금 사도 될까(①충전편) [TMI특공대]
디지털뉴스부 김종학 기자(jhkim@wowtv.co.kr) / 산업부 배성재 기자(sjba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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