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고혈압 증세가 있는 직장인이 업무 스트레스에다 수면 장애까지 겪으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3배로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업무 스트레스 및 수면 장애와 연계해, 고혈압 직장인의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을 연구한 건 처음이다.
28일(현지시간) 유럽심장학회(ESC)가 온라인(eurekalert.org)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독일 뮌헨 공과대학의 카를-하인츠 라트비히 정신신체의학(Psychosomatic Medicine) 교수팀이 주도했고, 연구보고서는 ESC가 발간하는 `유럽 예방심장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에 실렸다.
연구팀은 고혈압 증세는 있지만,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은 없는 만 25~65세 직장인 1천959명을 평균 18년간 추적 관찰했다.
먼저 업무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를 모두 가진 사람은 둘 다 없는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3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 다 없는 경우와 비교할 때, 수면 장애만 가진 사람의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1.8배로, 업무 스트레스만 가진 사람(1.6배)보다 높았다.
관찰 대상 인원과 기간의 차이를 반영한 `절대 위험(absolute risk)`을 봐도 이런 추세는 달라지지 않았다.
업무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를 모두 가진 고혈압 직장인의 심혈관질환 사망 `절대 위험(absolute risk)`은 1천 인년(person years)당 7.13이었다. 이에 비교해 업무 스트레스가 없고 밤잠도 잘 자는 직장인은 1천 인년당 3.05로 43%에 불과했다.
아울러 수면 결핍의 절대 위험(1천 인년당 5.95)이 업무 스트레스(1천 인년당 4.99)보다 20% 가까이 높았다.
이 연구에서 업무 스트레스가 `할 일은 많은데,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는` 상태로 정의된 것도 주목된다.
라트비히 교수는 "업무 수요가 많더라도 상황을 통제할 권한을 갖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하지만 덫에 걸린 것처럼 압박이 큰 상황에서 이를 바꿀 힘이 없다면 건강에 매우 해롭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수면 장애는, 밤에 잠이 들어 숙면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둘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잘 안 되는 경우를 말한다.
라트비히 교수는 "업무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인이 가장 흔하게 겪는 문제가 자주 잠에서 깬다는 것"이라면서 "새벽 4시께 화장실에 가려고 깼다가 침대로 돌아와도 직장 일을 곱씹으며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장 일로 심신이 힘든 어느 날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상황을 말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심한 업무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에 다년간 시달리다가 에너지의 샘이 말라붙어 어느 날 갑자기 요절하는 위험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업무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는 어느 하나만 있어도 위험하지만 서로 위험을 키우기도 한다"면서 "이젠 의사들이 고혈압 환자를 진료할 때도 업무 스트레스나 수면 장애가 없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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