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맡겨도 괜찮을까"
동그란 헤드램프에 직각으로 떨어지는 트렁크라인, 그동안 코란도는 오프로드를 달리는 지프로 익숙했습니다. 흙먼지 가득한 비포장도로를 헤집으며 거뜬히 임무를 수행하는 거칠고 단단한 자동차라는 이미지가 강했죠. 1974년 ‘신진지프’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나온 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했습니다. 동급 최초로 적용했다는 '레벨 2.5' 자율주행은 어느 정도로 완성됐는지, 실제 주행환경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 말이죠. 정말 도시 주행에 걸 맞는 자동차로 적응했는지 체험하기 위해 TMI 특공대 유오성·배성재 기자가 출근길 올림픽대로를 달려봤습니다.
시동을 걸자 디젤 특유의 기분 좋은 엔진 소리가 낮게 울려 퍼집니다. 약간의 진동이 있지만 디젤 엔진 특유의 ‘겔겔’ 소리는 크지 않았습니다. 툭 치고 나가는 초반 토크감은 부족했지만 멈추지 않고 안정적으로 밀고 나갑니다. 출근길 올림픽대로라는 시승코스 특성상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보진 못했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꿀렁거림이 적어 피로감은 덜했습니다. 코란도는 최고 출력 136마력, 최대 토크 33.0kg·m의 힘을 냅니다. 이전의 거친 느낌은 사라졌지만 도시 주행에 필요한 적당한 힘과 정숙함은 합격인 셈입니다.
쌍용자동차는 신형 코란도를 출시하며 자율주행 모드에 상당히 신경 쓴 모습입니다. 국내 상용차 대부분이 탑재한 2레벨이 아닌 2.5레벨을 적용한 점도 그렇습니다. 업계에선 자율주행 1단계를 발, 2단계를 손, 3단계를 눈이 자유로운 단계라고 이야기 합니다. 복잡한 서울의 출근길에서 크루즈 모드가 제대로 작동할 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딥 컨트롤로 불리는 크루즈 모드를 실행하자 불안했던 마음은 금세 가라앉았습니다.
앞 차와의 간격을 계산해 알아서 간격을 좁혀주고, 주행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핸들을 꺾어 방향을 조절했습니다. 과속 카메라가 보이면 알아서 속도를 줄이는 명민함도 보였습니다. 다만 손을 놓고 10초가 지나면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 메시지가 뜨고, 손을 놓은 채 주행을 계속하면 크루즈 모드가 자동으로 꺼진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레벨 2와의 차이점이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건 출퇴근길의 피곤함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코란도는 내부와 외부 디자인에도 파격적인 변화를 줬습니다. 외관은 단종 전 코란도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바뀌었습니다. 코란도 마니아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입니다. 대신 티볼리와 렉스턴의 성공공식을 철저히 따랐습니다. 오프로드를 달리던 투박한 디자인을 벗고 세련된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평평한 보닛과 정 가운데 로고가 박힌 라디에이터 그릴은 티볼리를 빼닮았습니다. 눈을 위로 치켜든 느낌을 주는 헤드램프와 수직으로 배열된 LED 안개등은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실내 공간은 디지털로 완전히 탈바꿈 했습니다.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동급 차종에선 찾아보기 힘든 옵션입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센터페시아 부분에도 9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했습니다. 내비게이션 길 안내 등 여러 기능을 제공합니다. 오디오와 에어컨 컨트롤러는 아날로그 버튼을 고수했습니다. 운전 중 시야를 뺏길 염려는 줄어든 셈이죠. 조수석의 인피니티 무드램프는 화려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동승자는 내부 인테리어를 두고 “특별한 공간에 온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쌍용자동차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코란도를 내놓았습니다. 과거의 향수를 이용하지 않고 일부러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이기도 합니다. 대안이 너무나 많은 국내 SUV시장에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준중형 SUV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높습니다. 4년간 3,500억의 개발비를 쏟아 부었다는 쌍용차의 신형 코란도. 짐 싣기 편하고, 출근길에도 타기 좋은데 동급 차종보다 200~300만원 아낄 수 있다는 게 코란도의 매력 아닐까요. 합리적인 아빠들이라면 한 번쯤 비교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디지털뉴스부 유오성 기자(osyou@wowtv.co.kr) / 산업부 배성재 기자(sjba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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