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췌장암 '온오프' 유전자 찾았다…"강력한 종양 차단법 나올수도"

입력 2019-05-03 21:25  


췌장암은 암 중에서도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악명이 높다.
현재 췌장암은 미국 내 암 사망 원인 4위인데 내년에는 2위가 될 거라는 관측도 있다. 또 올해 5만6천770명의 췌장암 환자가 생겨 80%가 넘는 4만5천750명이 사망할 것으로 미국 국립 암 연구소(NCI)는 전망한다.
췌장암의 주요 발병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게 KRAS라는 종양 유전자다. 그런데 미국 뉴욕 대학 `랭곤 헬스(Langone Health)` 펄머터 암센터의 다이앤 사이미온 박사팀이 췌장암 성장 차단의 열쇠가 될 수 있는 다른 유전자를 발견했다.
ATDC(ataxia-telangiectasia group D complementing)라는 이 유전자를 제거하면 췌장암 세포의 성장이 완전히 멈추는 것으로 동물실험에서 밝혀졌다. 사이미온 박사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저널 `진스 & 디벨롭먼트(Genes & Development)`에 발표했다.
2일(현지시간) 영국의 의학 전문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www.medicalnewstoday.com)`에 따르면 이 연구는 학계에 널리 알려진 암 발생 이론에서 시작됐다.
인체의 손상이나 염증 부위를 새 세포로 복구할 때 성숙한 세포는 증식 속도를 올리기 위해 태아 세포와 비슷한 초기 발달 단계로 돌아간다.
그런데 다른 유전적 결함 등이 작용하면 세포의 고속 증식이 멈추지 않고 정상궤도를 이탈해 암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건강한 신체에선 손상 부위의 복구가 끝나면 세포의 고속 증식도 바로 중지된다.
연구팀은 ATDC 유전자가 췌장암 종양 형성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인간과 생쥐의 암세포 샘플을 동시에 실험했다.
특히 췌장 액을 분비하는 샘꽈리 세포(腺胞細胞; acinar cells)를 주목했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이 소화 효소는 소장 조직에 손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면 샘꽈리 세포는 손상을 복구하기 위해 줄기세포와 흡사한 고속 증식 단계로 복귀한다.
원래 샘꽈리 세포는 KRAS 유전자 등의 작용으로 DNA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으로 변하는 성질을 갖는다.
중간 단계인 `관(管) 변질 형성(ADM; acinar-to-ductal metaplasia)` 과정을 거쳐, 세포 증식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췌장 상피내종양(PanIN; pancreatic intraepithelial neoplasia)` 단계로 진행한다.
연구팀은 췌장염이 생긴 생쥐를 관찰했다. 췌장염은 샘꽈리 세포를 고속 증식 관 세포로 변하게 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 췌장염으로 조직이 손상되고 며칠이 지나자 ATDC 유전자의 발현 도가 높아지기 시작해, 샘꽈리 세포가 관 세포로 변하는 수위까지 올라갔다.
더구나 ATDC 유전자가 발현해 KRAS 유전자와 협응하면, 모든 실험 생쥐에서 췌장암이 생겨 악성 종양으로 커졌다. 그러나 ATDC 유전자를 제거하면 한 마리도 암이 생기지 않았고, 그 이전에 샘꽈리 세포가 ADM이나 PanIN으로 변하지도 않았다.
사이미온 박사는 "췌장 세포에서 ATDC 유전자를 제거하는 게, 여태껏 췌장관 선암을 가진 실험 생쥐에서 관찰된 어느 것보다 강력한 종양 차단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후속 실험에서 ATDC 유전자의 암 유발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단백질과 유전자를 추가로 발견해, 치료제 개발의 표적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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