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천년 전 남아메리카 원주민의 주술사(shaman) 것으로 추정되는 가죽 주머니에서 환각을 유발하는 향정신성 성분이 무더기로 검출됐다. 이는 안데스 지역 원주민이 이용하는 환각성 음료인 `아야와스카(ayahuasca)`가 적어도 1천년 전부터 사용돼 왔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인류학과 조교수 호세 카프릴레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볼리비아 서남부 소라강 계곡의 쿠에바 델 칠레노 동굴에서 발견된 부장품 중 하나인 의식용 도구를 분석한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실었다.
여우 코 3개를 이어 만든 가죽 주머니에는 향정신성 식물을 가루로 만드는 2개의 판과 환각식물을 피우기 위한 관(管·tube) 등이 들어있었다.
연구팀은 여우 코 주머니 안쪽을 작은 부스러기로 잘라내 이중질량분석기를 이용한 액체 크로마토그래피로 안에 담겼던 물질을 분석했다. 이 방법은 아주 적은 샘플로도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분석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코카인과 코카인의 대사물질인 벤조일레고닌, 하르민, 부포테닌, 다이메틸트립타민(DMT), 사일로신(psilocin) 등 다양한 향정신성 물질이 확인됐다.
이 물질들은 코카나무(erythroxylum coca)를 비롯해 적어도 3종 이상의 식물에서 추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죽 주머니는 가속질량 분석기를 이용한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에서 약 1천년 전 것으로 나타났으며, 당시 주술사가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특히 아야와스카의 주요 성분인 DMT와 하르민이 주술사의 가죽 주머니에서 동시 검출된 것은 이 음료가 주술 도구로 사용됐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했다.
카프릴레스 박사는 성명을 통해 "일부 학자들은 아야와스카가 상대적으로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믿고 있지만 가죽 주머니에서 하르민과 DMT가 함께 검출된 점을 고려할 때 주술사가 환각을 위해 아야와스카처럼 음료로 마셨거나 두 성분이 섞인 물질을 흡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아야와스카를 적어도 1천년 전부터 사용했을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남미 안데스 사회에서 의식이나 종교용으로 환각물질이 사용돼 왔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나 이처럼 다양한 환각물질을 섞어서 사용했다는 것은 새로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샘플 분석을 맡았던 논문 공동저자 멜라니 밀러 박사는 "가죽 주머니의 주인은 적어도 3종 이상, 아마도 4~5종의 환각물질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떤 물질도 안데스 지역에서는 자라지 않는 것이어서 이를 얻기 위한 정교한 거래망이나 인적 교류가 있었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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