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세금까지 700조 쏟아붓지만…" 큰손의 일침

신인규 기자

입력 2019-05-14 17:13   수정 2019-05-14 20:27


"30년 가까이 개인 투자를 수 백 군데 해봤지만, 바이오산업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
장덕수 DS자산운용 회장은 남다른 통찰력을 가진, 비상장주식 투자의 `전설`로 불립니다.
최근에는 장 회장의 DS자산운용이 올해 상장을 앞둔 제약바이오기업 `보로노이`의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14일 열린 이 회사의 심포지엄에 참석한 장 회장은 준비된 축사를 마치고도 단상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나온 이야기는 `쓴 소리`에 가까웠습니다.
장 회장은 이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와 헬스케어 산업에 들어간 돈과 인력, 그리고 결과물을 생각해보자고 했습니다. 각론이 아닌 큰 그림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돌아보자는 뜻이었는데요.
정부 복지 예산 가운데 35%가 직간접적으로 헬스케어 산업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건강보험 가운데 100조원이 넘는 부분도 이 분야에 투입된다는 점을 생각해보자고도 했습니다.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시가총액 규모를 합하면 150조원에서 200조원 가까이 되고, 비상장 기업 등에 모험자본과 개인의 자금이 투자된 것을 감안하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 들어가고 있는 민관 자금은 모두 700조원 규모, 절대 부족하다고 할 수 없는 돈이라는 겁니다.
각각 떼어놓고 보면 규모를 짐작하기 쉽지 않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민간 뿐 아니라 국민 세금인 정부 자금도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산업이 한국의 바이오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매출을 내는 바이오벤처가 아직 없고, 외국의 신약과 기자재를 가져다 쓰는 그런 형국입니다."
"의대와 약대, 생명공학과에는 해방 이후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요새는 철강과 화학, 기계 조선 LCD 이런 분야는 상대적으로 우수인력 많이 안 가지요. 그런데도 이런 부분은 글로벌 탑 3안에 다 들어가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이 산업에서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를 냉정한 시선으로 살펴봐야 할 뿐 아니라 업계의 자성도 요구된다는 겁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DS자산운용 회장이 제약바이오기업에 대규모의 돈을 투자한 데에는 이제는 이 산업에서 결과를 냈으면 한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실제로 장 회장은 보로노이에 대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지금까지 했던 투자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부은 기업이라고 말했습니다.
보로노이에 장 회장이 투자한 지분은 8% 정도, 초기 300억원 투자 이후 추가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간접 투자를 통해 적게나마 이 산업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면 국내 바이오 기업은 사업 안팎의 문제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신약개발이라는 `재료`만 가지고 기술특례상장에 성공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은 뒤 이렇다할 성과는 보여주지 못한 기업들도 허다한 것을 부정할 수 없고요.
최근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논란에서 드러난 것처럼 식약처 등 당국의 검증절차와 과정이 규제에 비해 허술하다는 비판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모아놓고 보면 분명히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있지만,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바이오산업 관련 정부 부처만 크게 세 곳입니다. 기초과학부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고 있고, 응용부문은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입니다. 산업화는 보건복지부가 맡아 합니다.
장덕수 회장이 잔칫날에 의외의 쓴 소리를 한 현장에 바이오업계 뿐 아니라 정치권 관계자가 있었던 점도 주목됩니다. 심포지엄에는 청와대 전 대변인인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자리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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